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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국민연금, 대주주 우호지분 막혀 ‘식물주주’

‘큰손’ 국민연금, 대주주 우호지분 막혀 ‘식물주주’

입력 2014-03-12 00:00
업데이트 2014-03-1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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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코어 조사…대주주 ‘장벽’ 넘는 곳 없어 주총 영향력 유명무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막대한 기업투자 지분을 바탕으로 의결권 영향력을 키울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순환출자에 따른 대주주 우호지분에 막혀 사실상 ‘식물 주주’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87개사의 국민연금 평균 지분은 7.98%인데 반해 이들 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 우호지분은 37.01%로 국민연금 평균 지분의 4.6배에 달했다.

12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183개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87개사의 국민연금 평균 지분율은 7.98%, 투자지분 가치는 51조2천4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의 투자 지분이 10%를 초과하면 매매 즉시 공시하도록 했던 ‘10%룰’이 해제되기 전인 작년 상반기의 평균 지분율 7.45%보다 0.53% 포인트 늘어났고 투자지분 가치는 2조6천억원(5.4%) 커졌다.

특히 10%룰 해제 이후 국민연금 투자 지분율이 10%를 초과한 기업도 17개에 달했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12.74%를 보유한 LG상사였고 삼성물산(12.71%), CJ제일제당(12.69%), SKC(12.53%), 제일모직(11.63%), LS(11.39%), LG하우시스(11.34%), 롯데푸드(11.32%), LG이노텍(11.22%), 현대건설(11.17%) 순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해 국민연금이 주요주주인 87개사의 대주주일가 및 우호지분은 37.01%로 국민연금 지분의 4.6배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9.2%의 지분을 가진 롯데하이마트는 대주주일가 및 계열사 우호지분이 65.3%에 달해 7배나 많았고 역시 국민연금이 10.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대주주 우호지분이 68.2%로 6.8배나 높았다.

국민연금 지분이 9.2%인 대우인터내셔널도 대주주 지분이 60.3%에 달해 6.5배였고 유니드 역시 국민연금 지분 10.4% 대주주 우호지분 55.7%로 5.3배였다.

국민연금 지분과 대주주 우호지분간 차이가 가장 적은 곳은 제일모직으로 국민연금 11.6%, 대주주 12.2%로 그 격차가 0.6%포인트에 불과했다.

삼성물산도 국민연금 12.7%, 대주주 13.8%로 차이가 1.1%포인트밖에 나지 않았고 이어 SK케미칼(4.4%포인트), 제일기획(8.0%포인트)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다.

이들 87개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회사는 8개, 2대 주주인 회사는 38개에 이르고 있지만 대주주일가 및 특수 관계인들의 우호지분을 넘어서는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국민연금이 일부 기업에서는 총수일가에 버금가는 지분을 확보하고 의결권 행사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주주 일가가 순환출자로 인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특수관계인 등 보이지 않는 우호지분도 대거 확보하고 있어 표 대결로 가면 번번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횡령이나 배임 등 비리 경영진의 퇴진은 물론 대주주의 전횡조차 견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회 참석률 기준을 75%로 높이고 사외이사가 계열사를 돌며 장기 재임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만들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들 8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291명 가운데 10년 이상 재임자는 SK케미칼, 한진, 대한항공에 각 1명씩 총 3명(1%)에 불과하다.

특히 5년을 쉬었다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할 때는 이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사실상 계열사를 돌며 연임하는 기존 행태를 원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출석률 75%(2013년 기준)에 미달하는 사외이사도 LG디스플레이, LG생명과학, LG상사, 삼성물산, 한진 등에 1명씩 5명(1.7%) 뿐이다.

박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연기금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주가치 훼손을 용납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수백조원의 국민 자본을 투자해 재벌 대주주일가보다 더많은 지분을 보유했으면서도 한국의 독특한 순환출자 구조와 기업 우호지분에 밀려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할 창과 방패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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