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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청구할인 대리결제 기승… 당국 수수방관

카드 청구할인 대리결제 기승… 당국 수수방관

입력 2014-03-19 00:00
업데이트 2014-03-19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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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대신 구매 실적 채우고 이용자는 미소유 카드 할인 혜택

‘국민, CJ, BC, 신한, 삼성, 롯데, 농협, 외환, 하나sk카드 청구할인 대리결제 해드립니다. 모든 쇼핑몰 가능합니다.’

회사원 정모(28)씨는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 광고를 통해 신용카드 청구할인 대리결제를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노트북을 사려다 진땀을 쏙 뺐다. 169만원짜리 고가의 노트북을 구입한 뒤 물건에 하자가 있어 반품하는 과정에서 결제 신용카드 정보가 없어 제때 환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정 신용카드사에서 하루 동안 이벤트로 진행한 10% 청구할인 혜택을 보기 위해 대리결제업자에게 연락한 것이 화근이었다. 정씨는 18일 “10만~20만원 할인 혜택을 보려다가 100만원 이상을 날릴 뻔했다”면서 “대리결제를 쉽게 생각했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의 카드로 물건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청구할인 제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대신 구매해 주는 청구할인 대리결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리결제업자 입장에서는 카드결제 실적을 자신 앞으로 채울 수 있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신용카드의 헤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주로 온라인 중고장터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대리결제업자들은 청구할인 금액만큼 깎인 물건값을 현금으로 받고 자신의 명의로 만들어둔 신용카드로 물건을 대신 결제해준다. 소정의 수수료를 붙여도 카드사가 제공하는 할인 폭이 더 클 경우 대리결제를 이용하는 것이 이득이라 주로 전자제품이나 해외 사이트 직구 등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는 데 이용된다.

청구할인 대리결제 이용객들은 “현명한 소비생활”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해당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할인 등 혜택만 골라 이용하는 ‘체리피커’들의 새로운 공략점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결제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방법 때문에 대리결제 방식이 일종의 ‘카드깡’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금을 입금한 것이 확인돼야 카드로 물건을 구매해 준다는 점과 온라인 메신저와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돈만 보낸 뒤 물건을 결제하지 않는 등 사기 위험성도 높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카드 대리구매는 카드 결제금액 대납과 마찬가지로 실제 매출금액 이상의 거래를 유발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신용카드 결제를 가장해 현금을 융통하는 방법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카드사들과 금융감독 당국은 청구할인 대리결제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지인들 사이 카드로 대신 결제해주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카드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대리 결제를 해주는 업자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면서 “금융감독 당국과 카드사들이 카드 불법거래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의심되는 경우 이용자에게 구매 내역과 배송 내역을 확인하는 등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3-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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