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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소리인가, 엄살인가… 손보사의 두 얼굴

앓는 소리인가, 엄살인가… 손보사의 두 얼굴

입력 2014-03-26 00:00
업데이트 2014-03-26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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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에 “죽겠다” 호소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보험금으로 지급한 비율)이 치솟으면서 영업실적이 악화됐다며 자동차 보험료를 잇달아 올리는 손해보험사들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올해 순이익 규모가 지난해보다 5000억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보사들의 올해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2조원)보다 5000억원이 증가한 2조 5000억원으로 전망됐다. 고객과 금융당국엔 “죽겠다”고 엄살을 폈지만 손보사들은 많게는 수백억원씩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이사회나 그룹에 보고한 것이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손해보험 28개사를 대상으로 재무 상황을 점검한 결과, 손보사 28곳의 순이익 규모가 올해 2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생명보험 25개사는 올해 71억원의 순이익 감소가 예측됐다. 지난해 순이익(3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한화생명 등 일부 생보사는 구조조정에도 나선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각 보험사에 올해 이사회와 그룹에 제출한 실적전망치와 같은 내용을 요구한 만큼 이 수치는 외부용이 아닌 내부 자료여서 더욱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손보사들이 올해 이처럼 순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보험료 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보험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연일 금융당국에 호소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주 영업용 자동차 보험료 10%를 인상했고, 다음 주에는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 3%를 인상한다. LIG손보와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동부화재 등 남은 손보업계 ‘빅5’도 영업·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곧 올린다. 일반 자동차 보험료도 인상하고 싶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 자료인 올해 순이익 전망치가 드러나면서 손보사가 그동안 고객과 금융당국에 주장한 논리가 사실과 다름을 보여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 외국계 손보사들도 올해 순익이 전년보다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업비 절감과 합리적인 경영으로 순이익을 늘리겠다는 것이지, 보험료를 올려 순이익을 증가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부실을 자동차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 보험료를 2~3% 올리기 위해 요율 검증을 의뢰한 한화손보와 흥국화재, 롯데손보는 손해율이 높아져 경영 부담이 커진 측면도 있지만 CEO의 판단 실수도 일정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손보는 지난 2년간 SK텔레콤 휴대전화 보험과 관련해 충당금 1000억원을 쌓았다. 정교하지 못한 약관 설정과 규모가 작은 말레이시아 재보험사를 선택한 경영진의 판단 착오라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온다.

흥국화재는 가격 경쟁을 하다가 보험료 인상 타이밍을 놓쳤고, 롯데손보는 자동차 보험 손해율뿐 아니라 다른 보험 상품의 손해율도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4-03-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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