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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가세 과세범위 확대…의료 이어 금융

정부, 부가세 과세범위 확대…의료 이어 금융

입력 2014-08-10 00:00
업데이트 2014-08-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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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료·교육 등 부가세 면제범위 축소 방침

정부가 그동안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줬던 의료와 금융용역 일부에 새로 부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직접 증세 대신 부가세 과세 범위 확대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복지 재원 등을 마련해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외국보다 부가세가 면제되는 범위가 넓고 부가세율이 낮은 상황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결국 최종 소비자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정부, 금융·의료·교육 등 부가세 면제범위 축소 방침

정부는 지난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부가가치세 과세범위를 확대해 세입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금융 용역과 학원, 의료 등 3개 부문의 과세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에서는 3개 부문 중 가장 먼저 의료 부문의 부가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초부터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 목적의 의료용역에 새로 부가가치세 10%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쌍꺼풀수술, 코 성형수술, 지방흡인술, 주름살 제거술 등 미용목적 성형수술과 미용 목적의 양악수술, 점·주근깨 등 색소질환 치료술, 여드름 치료, 제모술, 탈모 치료 등이 과세 대상이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 확대의 무게 중심이 금융 용역 쪽으로 옮겨왔다.

과세 범위 확대 원칙은 의료 용역 부가가치세 부과와 같은 맥락이다. 의료 용역 중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 목적의 용역에 과세한 것처럼, 금융·보험 용역 중에서도 ‘본질적이지 않은’ 용역에는 부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금융은 ‘자금을 융통·조달하는 업무’, 보험은 ‘위험 이전·공동 분담하는 업무’가 ‘본질적인 용역’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용역에는 부가세 과세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자산 관리와 상담, 상품 설계, 보험 계리, 자동차 금융리스 등이 과세 대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따라 조만간 사설학원 등 교육 부문 역시 부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은 부가세율 OECD 하위권

정부가 부가세 과세 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는 것은 복지 지출과 국가 부채 증가에 따라 재원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경기와 여론이 좋지 않아 법인세와 소득세는 손을 대기 쉽지 않다. 하지만 부가세는 이들 세목보다 조세 저항이 적고, 전체 국세 중 비중도 가장 높아 상대적으로 조정이 수월하다.

또 전 세계적으로도 부가세를 올리는 추세이며 한국의 부가세가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명분’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소득세와 부가세 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2008년 대비 2012년 평균 1%포인트 부가세율을 올렸다. 17개국은 부가세를 인상했고 16개국은 유지했다. 소득세율은 2008년 대비 2012년 평균 0.8%포인트 상승했고 5개국 인하, 12개국 인상, 17개국 유지였던 것과 비교하면 부가세율의 상승폭이 더 크다.

한국은 1977년 이후 37년간 10%의 부가세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OECD 30개 국가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의 세율이다. OECD 국가 평균 부가세율은 18.7%다.

이에 따라 한국도 부가세율을 현행 10%에서 13%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부가세 면제범위 축소 등 과세 기반 강화를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여러 번 내비쳤다.

올해도 전용면적 135㎡ 초과 대형 공동주택의 관리용역, 구글·애플 앱스토어 등 해외 오픈마켓의 해외 개발자 앱에 새로 부가세를 매기고 중고차 부가세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등의 세법 개정으로 2018년까지 2천170억원에 달하는 부가세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가세율을 일괄적으로 높이는 것처럼 직접적인 증세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기업·소비자 부담 커진다” vs “부가세 과세범위 확대 필요”

정부의 부가세 면제 범위 축소를 통한 세입 기반 확충 방안에 대한 전문가와 업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금융·보험 용역 부가세 과세 확대 방안에 대해 볼멘소리를 낸다. 금융사가 어려워지고, 소비자도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령을 확정해 내놓아야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있겠지만, 금융업계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용역에 10%씩 세금까지 붙게 되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수익 구조와 수수료 수입을 유지하려면 수수료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고, 최종 소비자는 가격 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며 “부가세 과세는 최종 가격에 반영되고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적인 증세론을 꺼내지 않고 부가세 면제 범위 등을 조정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경기와 여론이 좋지 않아 법인세와 소득세는 손을 대기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정작 서민들의 부담이 가장 큰 부가세 면세 범위를 축소하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의 경우 여러 주에서 식료품, 의류 등 서민들의 생활필수품에는 부가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을 정도로 ‘서민 세금’인 부가세 부과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가 ‘증세는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간접세인 부가세처럼 미세한 부분을 건드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가세 면제 범위 축소 방향이 올바르며, 소비자와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 사례 등에 비춰볼 때 금융·보험 용역 중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되는 전문 인적 용역에 부가세를 매기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며 “기업은 세금을 내더라도 매입세액공제 등을 이용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 가격 산정 시에도 기업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며 원가를 흡수해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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