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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은행 보신주의’에 저금리 혜택 못누리나

중소기업, ‘은행 보신주의’에 저금리 혜택 못누리나

입력 2014-08-11 00:00
업데이트 2014-08-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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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 년 간 중소기업 대출금리만 유독 적게 내린 것과 관련해 은행들은 오히려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은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어려워도 대출을 유지하다 보니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추이나 은행의 실제 대출 행태를 보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대기업에만 관대하고 중소기업에는 엄격한 대출 행태를 개선하고, ‘관계형 금융’으로 대출금리를 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中企 ‘고금리’ 어려움 호소…은행 “위험 반영했을 뿐”

11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2009년 연 5.73%에서 올해 6월 3.94%로 1.79%포인트 내렸고, 대기업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5.61%에서 4.27%로 1.3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5.65%에서 4.72%로 하락폭(0.93%포인트)이 세 경제주체 가운데 가장 낮았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작년말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금융이용 애로사항을 실태 조사한 결과, 자금조달 시 ‘높은 대출금리’(20.2%)를 어려움으로 호소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과거에는 부동산 담보 및 신용보증서 요구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으나 최근에는 높은 대출금리 문제가 더 큰 애로사항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 인하에 유독 인색한 데 대해 적절한 리스크 프리미엄(위험 할증)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업종마다 편차는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경기 부진으로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적게 내렸다면 이런 재무여건이 위험 할증으로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비 오는데 우산을 빼앗지 않으려고 경영여건이 어려워도 대출은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거나 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中企 대출 엄격한 제한, 고금리로 이어져

그러나 중소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추이나 실제 은행의 대출 행태를 보면 은행들의 주장은 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수 년 간 중소기업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결과 영업이익률, 신용등급 등에서 대기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실대출의 비율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낮았다.

”비 오는데 우산을 빼앗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최근 수 년 동안 은행들은 비 오는데 우산을 뺏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신용등급 1~4등급의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은 대기업이 61%, 중소기업이 58% 늘어나 그 증가율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신용등급 5~10등급의 비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을 보면 9개 시중은행의 비우량 대기업 대출이 92% 급증한 반면, 비우량 중소기업 대출은 21% 감소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대기업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도 단지 대기업 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대출을 늘린 것과 달리, 중소기업은 그 대출을 엄격하게 제한하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자금 공급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이뤄지면서 대출금리 등의 조건을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적용하는 행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박재성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은행들의 행태”라며 “은행들의 과도한 수익성 추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관계형 금융으로 대출금리 낮춰야”

중소기업들이 높은 대출금리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형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계형 금융은 금융기관이 고객과 수시로 접촉해 비재무적, 비정량적 정보를 상시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용 리스크의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망이 밝은 기업으로 판단될 경우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낮춰줄 여지가 생기게 되며, 일시적으로 재무여건이 악화되더라도 자금 회수 등을 지양할 수 있는 근거 또한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서정의 조기경보팀장은 “은행들 스스로 신용평가능력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장래성을 기준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면 중소기업의 자금 접근성과 대출금리 등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은행들이 고객 기업과 수시로 접촉하는 노동집약적 고비용 구조를 감수해야 하므로 정부의 세제 혜택 등 관련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은 재무제표와 경영 관련 사항이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돼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신용정보가 부족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중소기업 재무제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스스로 투명한 재무제표로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금리 인하나 대출액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가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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