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응만 기다리다 조직 혼란”… 금융위 “노사합의가 전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19일 조기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통합 선언문을 발표했다. 두 은행은 앞으로 각각 이사회를 열어 통합을 결의하는 등 합병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달 3일 조기 통합 의사를 내비친 지 한 달여 만이다.
두 행장은 선언문에서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조기 통합의 필요성을 임직원들과) 소통했다”면서 “노조와도 지속적으로 성실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결이 나는 대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주총회에 합병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측은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조기 통합이 불가피하다”며 “노조의 대응만을 기다리다 통합 시기를 놓치면 영업환경 불안정성으로 조직 내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조기 합병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감을 의식해 인위적인 인원 감축 금지, 인사상 불이익 금지, 임금·복지 불이익 변경 금지 등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일방적인 합병 추진은 (5년 독립경영을 약속한) 2·17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국민 앞에 공표한 합의서마저 내팽개쳤는데 새 약속을 한들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강력 반발했다. 노조는 20일 오후 8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금융노조와 조기 통합 저지 연대투쟁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17 합의서는 지켜져야 하며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합병 절차에 중대한 하자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2012년 2월 17일 작성된 합의서에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명했다. 두 은행의 합병은 금융위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은행 측이 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합병 승인을 요청해올 경우 금융위가 심사과정에서 문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8-20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