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용어, 외국어 범람 ‘눈총’

자동차 관련 용어, 외국어 범람 ‘눈총’

입력 2014-10-07 00:00
업데이트 2014-10-07 07:3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한글 대체 가능 용어도 외국어 사용 일쑤우리말 차 이름도 ‘무쏘’, ‘누비라’ 등 손에 꼽아

“4도어 하이브리드카인 이 모델은 모터쇼에 출품돼 인기를 끌었으나 브레이크 결함으로 리콜됐다. 몇몇 딜러에 따르면 LED 헤드라이트와 파노라마 선루프 등 옵션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보다는 외국어가 훨씬 많이 섞인 위와 같은 문장은 자동차 회사의 자료나 언론 기사, 자동차 관련 블로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관련 용어가 우리말로 충분히 옮길 수 있는 단어까지 불필요한 외국어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 눈총을 받고 있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우리말로 쓰는 것이 가능함에도 습관적으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자동차 관련 단어는 어림잡아도 수 십 개가 넘을 정도로 넘쳐난다.

위의 첫 문장에서도 하이브리드카는 복합동력차로, 모터쇼는 자동차전시회, 브레이크는 제동장치, 리콜은 제작결함 시정조치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또 딜러는 판매원, 헤드라이트는 전조등으로 옮길 수 있고, 선루프는 국립국어원이 지붕창이라는 순화된 용어를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옵션은 선택 사양이라는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들 단어는 대중에게 더 익숙하다는 이유로 외국어인 채로 그냥 사용되기 일쑤다.

비단 자동차 관련 용어뿐 아니라 차종 이름에서도 한글은 홀대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국내 자동차 제작 역사 속에서 탄생한 수 십 종류의 승용차, 상용차 가운데 한글 이름을 달고 나온 차는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쌍용자동차의 ‘무쏘’ 등 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차량들은 죄다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작명됐다.

자동차업계는 자동차 관련한 외국어의 범람 현상은 자동차의 탄생과 제작 역사가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이어져오다 보니 용어가 그들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굳어진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제품을 외국어로 표현해야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선입견도 일부 작용을 했다고 분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용어에 무분별하게 외국어가 많이 섞여 쓰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어느 정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막상 한글로 바꿔 사용하면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동차 제작사들은 이제 세계를 무대로 차를 파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며 “지금은 차량에 한글 이름을 붙이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업계의 나름의 사정에도 현재와 같은 외국어 사용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글학회 회장인 김종택 경북대 명예교수는 “십 수년 전 세계화라는 화두가 번지며 국민은행이 KB은행으로, 농협은 NH로 바뀌더니 이제는 사람이 사는 아파트 이름, 차 이름까지도 무슨 뜻인지 모를 외국어에 점령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다 ‘아기에게 우유를 준다’는 말도 시간이 지나면 ‘베이비에게 밀크를 준다’는 식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김 회장은 “제것을 지키는 것이 능히 가능한데 세계화라는 미명으로 민족 정체성의 근본인 말이 너무나 크게 오염되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말을 가려쓰고, 기업도 장사와 이윤에만 매몰되지 말고 우리말 사용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