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방암 발병률, 일본 넘어선 동아시아 1위

한국 유방암 발병률, 일본 넘어선 동아시아 1위

입력 2014-10-16 00:00
업데이트 2014-10-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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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방암학회 분석결과…젊은층 환자 많은 ‘서구형’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병률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동아시아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동아시아 유방암 발병률 1위 자리를 지켜 온 일본을 넘어선 것으로 유방암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요구된다.

16일 한국유방암학회(이사장 송병주)가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내놓은 ‘한국인 유방암의 국내외 최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08년 10만 명당 38.9명꼴로 발생하던 유방암은 2012년 10만 명당 52.1명꼴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우리보다 먼저 서구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장기간 동아시아 유방암 발병률 1위를 기록했던 일본은 2012년 10만 명당 51.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유방암 발병률을 보인 것은 국제 암 등록 통계 집계 이후 최초다. 학회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유방암 현황을 살펴본다.

◇ 한국인 유방암은 젊은층 환자 많은 ‘서구형’

한국인 유방암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이 서구형이며,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이 잦다는 점이다.

우선 유방암 환자를 나이별로 보면 만 15~54세 연령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일본에 앞섰는데, 15~44세까지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마저도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간 유방암 환자수에서도 1996년 3천801명에서 2011년 1만6천967명으로 15년 사이에 약 4.5배 늘었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는 생활습관의 급격한 서구화가 유방암 발병률과 양상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이 확인됐다.

한국인의 변화한 생활습관은 유방암 양상도 바꿨다. 지방섭취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strogen Receptor Positive, ER+) 유방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유방암은 암세포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꾸준히 반응해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 특징으로, 발병 후 오랜 기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있어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유형의 유방암이다.

2002년에는 전체 환자의 58.2%였던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비율이 2012년에는 73%까지 상승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발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중에서도 포화 지방 섭취와 관계가 밀접하다.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포화 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약 30% 정도 높았다.

우리나라의 식습관도 서구화되며 지방 섭취가 많이 늘어났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의 1일 섭취량이 1998년 53.7g에서 2012년 85.1g으로 15년 동안 약 60% 상승했다. 지방을 기준 이상 섭취하는 사람도 5명 중 1명(22.1%)꼴이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증가에 밀접한 영향이 있는 폐경 후 여성 유방암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폐경 이전보다 이후에 발병하는 비율이 더 높다. 폐경 후 생기는 유방암은 지방 조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이 지방 조직이기 때문에 비만할수록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폐경 후 유방암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는 전체 유방암의 53.4%를 차지했고, 중간 나이도 51세로 2000년보다 5살이 더 많아졌다.

식습관 변화나 체중 외에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늦은 첫 출산과 수유 무경험 등의 변화한 생활 유형도 여전히 유방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유방암 발병이 급증하고, 패턴이 변화하는 우리나라를 북아메리카와 서유럽, 뉴질랜드, 호주, 일본처럼 유방암이 호발하는 고소득국가로 분류하며 경종을 울렸다.

◇ OECD 국가 중 사망률 최저, 0~2기 발견하면 생존율 90% 이상

긍정적인 건 유방암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유방암 사망률은 OECD 국가 최저 수준을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사망률은 일본(9.8명)이나 미국(14.9명)보다 현저히 낮은 10만 명당 6.1명에 불과했다. 의료 선진국으로 꼽는 북미나 유럽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치다.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0기나 1기에 암을 진단받는 비율이 2000년 32.6%에서 2012년 56.24%에 상승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조기 진단이 늘어나면서 치료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기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절제술이 67.2%를 차지했으며 2000년에는 한 해 99건이었던 유방재건수술이 2012년에는 910건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신의 유방을 지키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는 시술의 보편화로 많은 환자가 여성의 상징성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아주 좋은 암이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최초로 발표한 병기별 5년 생존율 자료를 살펴보면 유방암을 0기에 진단받은 환자는 5년 생존율이 98.8%에 달했다. 1기(97.2%), 2기(92.8%)도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4기 환자의 생존율은 44.1%에 그쳤다.

한국유방암학회 송병주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유방센터장)은 “한국의 유방암은 발병 양상이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어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유방암 극복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면서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아주 좋은 만큼 개인이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을 평소에 관리하고, 나이에 맞는 검진을 받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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