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내우외환’…투자·소비 부진, 세계곳곳 위험신호

韓경제 ‘내우외환’…투자·소비 부진, 세계곳곳 위험신호

입력 2014-10-19 00:00
업데이트 2014-10-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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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위험 6개월·공포지수 16개월래 최고…외국자금 이탈 지속세계금융시장 ‘위태위태’…당국, 대책 고심

한국 경제가 또다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부진하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하향 위험과 불안 요인 때문에 위기 정도를 나타내는 시장의 지표들은 악화됐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은 6개월 만에,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6개월 만에 각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추가 부양책까지 내놨지만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대외 요건 불안으로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되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저성장·저물가”…믿었던 수출도 원화로는 감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저성장과 저물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에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다른 연구소들도 올해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 3.7%를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민간 소비는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다. 소매판매는 1분기에 전기 대비 0.3% 늘었지만 2분기에는 0.5% 감소했다. 월별로는 7월 0.3%, 8월 2.7%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9월에는 다시 감소세가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수익성 악화, 기업심리 위축 등으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2분기보다 부진하다. 7월 3.4% 늘었던 설비투자는 8월에 10.6% 감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개월째 1%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상승압력도 크지 않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다.

수출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 8월에 0.1%의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은 9월에 6.8%를 기록,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세계 경제에 하방 위험이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원화 기준으로 수출은 2분기에 -5.4%, 3분기에 -4.1% 등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됐다는 의미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기에 대해 “바닥국면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추가 악화가 안 되고 있는 게 다행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자산시장 ‘흔들’…증시 8개월래 최저, 부동산도 견고하지 않아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증시, 환율 등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지난 8월 2,068.5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대내외 위험 확대로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지난 17일 1,900.66까지 떨어졌다.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900선이 무너진 이날 종가는 8개월만에 최저치였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일째 ‘팔자’를 이어갔고 이달 들어서만 이들의 순매도 규모는 2조4천억원에 달했다.

한때 1,000선 붕괴가 우려됐던 원·달러 환율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강세, 엔화 약세 등으로 지난 17일 현재 1,065.9원까지 올랐다.

한국의 국가부도위험과 증시의 ‘공포지수’도 상승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CDS(5년물) 프리미엄은 뉴욕 금융시장에서 지난 16일 기준으로 63bp(1bp=0.01%포인트)를 기록, 올해 4월11일의 64bp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17일 전일 대비 1.58포인트 오른 18.65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26일(20.32) 이후 최고치다. 변동성지수는 이날 장중에는 18.87까지 올랐다.

증시와 함께 자산시장의 양대 축인 주택시장의 회복심리도 견고하지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1% 올라 16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상승 폭은 전주(0.12%)보다 둔화됐다.

서울은 12주 연속 상승세였지만 전주 0.14%에서 0.09%로 상승 폭이 감소했다.

9·1부동산대책 이후 저가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올랐으나 오른 값에는 매수세가 생각만큼 따라붙지 않고 있다.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던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가 무뎌진 모습이다.

◇ 美도 안심 못해…신흥국, 국가부도위험 상승

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유로존 부진, 신흥국 불안 등으로 하방 위험이 있다.

유로존에서는 경기에 대한 디플레이션과 ‘트리플 딥’(3중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재정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위험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의 영향권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으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중국은 7% 중반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 등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과 유로존 경기침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10일까지 주가는 중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독일, 브라질,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하락했고 CDS도 신흥국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9월1일 이후 지난 10일까지 주요국의 CDS 상승폭(bp)은 미국 2, 일본 10, 중국 19, 인도네시아 38, 터키 23, 브라질 34, 한국 8 등이었고 독일은 -2였다.

기재부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기회복세와 정책 대응 차이로 달러화 강세, 유로화 및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경기 부양을 둘러싼 유로존 국가 간 갈등도 금융시장의 패닉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 대외건전성 양호하지만 안심 못해

정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올해 쓸 수 있는 부양 카드는 사실상 모두 내 놓았지만 경기 회복세는 아직 미진하고 대응 정책 수단이 거의 없는 대외 불안 요인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기 회복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대외건전성 지표들이 좋아 대외 불안 요인에 따른 영향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불안 요인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 3분기에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분기의 0.9%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4분기에는 1%대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대로 대외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 수준이고 단기외채 비중은 29.8%로 30%를 밑돈다. 경상수지 흑자는 3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A+, 무디스와 피치 AA-이다. S&P가 최근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해 역대 최초로 3개 신용평가사로부터 AA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대외건전성 지표가 양호해도 고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자본의 이동을 막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은 외환시장이 상당히 개방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현금 인출기’로 불릴 정도다.

정부는 외국 자금이 이탈하는 증시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인위적인 부양보다는 수요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정부는 현재 대표적인 외환규제인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전에는 유입 규제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유출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외 여건처럼 정부의 손이 닿지 않은 국회도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가 경제·민생 관련 법안들을 이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경기 정책들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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