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반 공기업 부채는 406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조 3000억원 늘었습니다. 특히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7조 90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3조원), 철도공사(3조원) 등 중앙 공기업 부채는 전년 대비 18조 5000억원이나 급증했습니다. 정부가 공기업 부채 축소를 시도하고 있지만 워낙 깔아 놓은 빚이 많다 보니 쉽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2020년 공기업 배당 성향을 지금의 두 배인 40%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의 40%까지 배당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러고도 빚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공기업 부채를 200% 이내로 줄일 방침입니다. 경영의 귀재라도 오면 혹시 모르겠지만 ‘낙하산 인사’들이 다시 득세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기대 난망입니다. 기재부도 고민이 많은 모양입니다. 이원식 기재부 국고국장은 “배당 성향 상향 결정을 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부채와 투자”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빚도 줄여야겠고, 배당을 늘려 민간 기업도 따라오게 하려니 상충된 포석을 깔 수밖에 없었겠지요.
침체된 내수를 살리면서 4대 구조개혁도 하고, 빚 내서 집 사라고 하면서 가계부채도 관리하겠다고 하는 등 이런 ‘충돌’은 ‘최경환 경제팀’ 여기저기서 발견됩니다. 공무원연금을 뜯어고치겠다면서 공무원연금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사학연금은 손대지 않겠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공무원연금 개혁만 성공해도 (현 정권의) 엄청난 치적”이라면서 “새해에는 정부가 일에 우선순위를 놓고 가능한 것부터 풀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습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5-01-05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