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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선행’ 인식 바꿔야’아동 중심’ 태도 중요

‘입양은 선행’ 인식 바꿔야’아동 중심’ 태도 중요

입력 2015-05-10 10:39
업데이트 2015-05-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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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 출생신고해야 하지만 미혼모 출산 공개안돼입양절차 끝나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기록 삭제

“입양하면서 아이를 낳은 친부모가 대학을 나왔는지 묻는 나라는 세상 어느 곳도 없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입양아의 성별은 물론 장애 여부도 입양 부모가 결정할 수 없고요.”

국내 입양 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는 우려 속에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그러나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꽉 막힌 국내 입양의 숨통을 틔우자는 주장보다 입양아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떤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단순한 입양 활성화보다 입양의 질의 높여 아동 중심의 입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아동 중심의 입양 정책을 추진하려면 ‘도덕적, 윤리적 선행으로 아이를 거둔다’는 인식이 아닌 새로운 입양 철학을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국내 입양 줄고 있지만…문제는 양보다 질

보건복지부가 입양의 날(11일)을 맞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법원에서 국내외로 입양 허가를 받은 아이들은 1천172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922명보다 250명 늘었다.

이 가운데 국내 입양은 637명으로 전년(686명)보다 조금 줄었고 해외 입양은 535명으로 전년도(236명)과 비교해 많이 늘었다.

특히 국내 입양은 2011년 1천548명까지 늘었다가 2012년 1천125명으로 줄어든 후 2013년에는 686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국내 입양 건수가 이처럼 줄어든 이유는 지난 2012년 8월 새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영향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개정입양특례법에서는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적어도 7일간 충분히 고민한 뒤에야 입양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입양 부모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입양할 수 있다.

입양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입양을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입양특례법이 아이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해 출산 사실 자체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청소년과 미혼모가 아예 영아를 유기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부작용을 낳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입양이 결정되지 않았으면 호적에 친자로 남아 있지만, 입양 절차가 완료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었던 기록 자체가 삭제돼 가족관계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입양원 신언항 원장은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한 입양특례법이 국내 입양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은 입양아동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비판”이라며 “내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입양아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입양아가 자라면서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당연한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개정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된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친부모를 찾고 싶다면 입양기관이나 중앙입양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친부모의 동의를 얻어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노혜련 교수도 “입양특례법은 대단히 중요한 법”이라며 “그동안 국내 입양을 너무 쉽게 진행했던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입양특례법으로 입양이 줄었다기보단 이제 부모들이 입양을 쉽게 생각하지 않고 그만큼 신중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단순히 국내 입양 규모가 줄었고 ‘이게 문제다’라고 말하는 것이 곤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 ‘입양은 선행’이라는 인식 바꿔야

아동 중심의 입양으로 입양문화를 전환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은 지나친 혈족주의와 양부모가 입양을 대하는 태도다.

’핏줄’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탓에 입양하고도 이를 주변에 숨기거나 입양 아동에게도 사실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나중에 양부모와 입양 자녀 간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입양원 김문정 정책연구부주임은 “젊은 부부가 입양하고 싶어도 시댁이나 친정의 반대가 심해 입양 절차를 밟다가 포기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김 주임은 “공개 입양에 대해서도 자녀 성장에 더욱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양을 결정하는 부모가 심사숙고해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입양 아동을 받아들이는 작업도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은 불임 부부라고 해도 불임 사실을 인지하고서 1년이 지나야 입양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가정에 닥친 큰 위기를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도록 하고 입양아를 친자식의 대안이 아니라 존재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입양 부모가 특정 아이를 선택하거나 파양하는 일, 입양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입양 관련 제도에 대해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노 교수는 “외국에서 파양이 아동학대와 같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가능하다’며 “입양 가정에 과도하게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이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도 입양 가정과 위탁 가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성별을 선호하고 아이의 출신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한국이 부모 중심의 입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무조건 입양 부모가 나쁘다고 비판하는 것보다 입양 부모를 교육하는 입양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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