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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 금융당국 “선택권 확대” vs 보험업계 “불완전판매 급증 우려”

[생각나눔] 금융당국 “선택권 확대” vs 보험업계 “불완전판매 급증 우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5-05-10 18:14
업데이트 2015-05-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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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상품 한눈에 비교 ‘보험슈퍼마켓’ 출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보험슈퍼마켓’ 출범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온라인 판매 채널인 ‘보험슈퍼마켓’을 연내 내놓겠다고 청와대에 정식 보고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서둘러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 발표에 ‘대놓고’ 반발하지 못할 뿐 보험업계는 ‘유사영업 채널과의 갈등, 불완전 판매’ 등을 우려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1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믿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마련해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가입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특히 손해보험·생명보험협회가 비용과 신속성 측면에서 이 사이트를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소비자가 다양한 보험 상품에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당국은 이 시스템의 도입이 경쟁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 곳에 ‘장’(場)을 깔아 놓고 골라 보게 하는 만큼 보험사가 가격 등 상품의 질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생각은 다르다. 보험은 한번 가입하면 쉽게 해약할 수 없는 장기 상품인 데다 약관의 중요 내용(보장범위, 보험금 지급 제한사유 등)을 개인별로 따져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건강, 재무 상태가 다른 만큼 설계사들의 꼼꼼한 설명을 들어야 ‘불완전 판매’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데 인터넷상에서 개인이 상품 비교를 통해 가입할 경우 주요 사항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 연구위원은 “보험은 펀드나 예금과 달리 매우 복잡한 구조”라면서 “결국 보험슈퍼마켓을 통해 팔 수 있는 것은 자동차보험 같은 간단한 상품밖에 없는데 이는 현재 다이렉트 보험 등 기존 온라인 판매와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상품을 살 수 있는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날 뿐 큰 의미는 없다는 뜻이다.

‘보험슈퍼마켓’은 지난달 첫돌을 맞은 ‘펀드슈퍼마켓’을 벤치마킹해 기획됐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펀드는 투자 상품이라 수익률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지만 보험은 특약과 보장 기간, 보장 내역이 다 달라 단순 비교가 안 된다”고 반박한다.

‘실효성’ 논란도 있다. 중장년층이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낯설어하는 만큼, 소비자의 편리성이 커진다는 정부의 주장에 업계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황진태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인터넷 채널로 생명보험 상품을 파는데 전체 판매량의 1~2% 수준”이라면서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 중복’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는 여러 회사의 보험상품을 한 영업점에서 모두 취급하는 독립 보험대리점(GA)이 보험 상품별로 가격을 비교해 싼값에 인터넷으로 팔고 있는 만큼 ‘먹거리’가 겹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품 틀’ 구성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보험권 사정에 밝은 한 금융사 관계자는 “온라인보험이 성공하려면 쉽고 간편한 일종의 ‘홈쇼핑’ 형태가 돼야 한다”면서 “월 5만원, 사망보험금 1억원 같은 명확한 ‘순수보장성’ 위주의 상품을 내놔야 소비자가 사이트를 둘러보다 부담 없이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금융은 ‘공시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의 수보다는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취약 계층을 위한 소수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같은 특화된 상품을 표준화해 파는 방안이 낫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용어 클릭]

■보험슈퍼마켓 고객들이 온라인상에서 보험사에 관계없이 여러 종류의 상품을 놓고 비교·검색한 뒤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 인터넷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다이렉트 보험과 상품 비교 사이트를 합쳐 놓은 개념이다.
2015-05-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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