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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거래 실명확인 방법 22년 만에 바뀐다

금융거래 실명확인 방법 22년 만에 바뀐다

입력 2015-05-18 16:02
업데이트 2015-05-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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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확인 허용…완벽한 사고예방책 마련해야

정부가 금융 거래 때 얼굴을 보지 않고 하는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1993년 도입한 금융실명제 운용 방식의 근간을 22년 만에 손본다는 의미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의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데 금융규제는 20여년 전의 오프라인 중심에 머무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고객 불편이 야기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처럼 급속도로 진화하는 세계적인 금융환경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이 낳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명의도용이나 대포통장 등을 활용한 범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금융사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 비대면 거래 90% 육박…핀테크 활성화 절실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 방침은 1993년 도입한 금융실명제 노선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크게 바꾼 것이다.

금융실명제는 금융회사와 거래할 때 가명이나 차명이 아닌 본인의 실제 명의, 즉 실명으로 거래해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정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금융회사는 대면을 통해서만 고객의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정했다. 즉 금융소비자가 은행에 방문하면 창구 직원이 주민등록증 등 실명확인증표와 본인의 얼굴을 대조해 보고 실명을 확인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기반한 거래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창구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다.

현재 CD·ATM,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금융거래가 전체 거래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IT(정보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자인증 등 대면 확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난 것도 대면 확인 노선을 버리게 한 요인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가 새로운 금융 트렌드로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보안을 중시해 온 우리나라에선 유독 핀테크 산업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제도 선회의 배경이 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8일 열린 제3차 금융개혁회의 모두 발언에서 금융회사의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함으로써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FinTech) 시장이 활성화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업계 환영…시스템 보완은 ‘발등의 불’

금융사들은 정부가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키로 한 것을 일제히 반기는 분위기다.

비대면 실명 허용은 온라인·모바일 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임 위원장이 지난 4월 초 16개 시중은행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비대면 거래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건의사항이 접수되는 등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조치를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면서 “고객들이 창구를 꼭 찾아와야 할 필요가 없으니 고객을 유치하기 훨씬 쉬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핀테크나 인터넷뱅킹 등을 강화하려면 실명 확인 절차가 완화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스마트뱅킹이 그만큼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점이 부족한 증권업계 입장에선 비대면 실명 확인은 더욱 중요하다”면서 “다만 경쟁도 그만큼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은행권에선 올 12월, 다른 업권에선 내년 3월로 설정한 제도 시행 시한을 맞추려면 준비하는 데 상당히 빠듯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 과정을 거쳐 오류를 수정하려면 7개월의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시스템에서 영상통화 등 비대면 실명 허용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어떤 방식이 적용가능한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명의도용 등 금융범죄 악용 대책 마련해야

보안 강도를 낮추는 만큼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사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명의도용 가능성이다. 즉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를 활용해 통장을 개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실명 확인은 말 그대로 금융사 창구에서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므로 명의 도용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런 가능성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해외사례 분석 등을 통해 검증된 방식 4가지만 우선 허용하고, 3중 방어막을 설치한 것도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의 신분증 사본 제시, 영상통화, 현금카드 전달시 신분 확인, 기존 계좌 이용 등을 활용 가능한 비대면 실명 확인 방안으로 규정했다.

금융사기에 활용되는 대포통장이 더 쉽게 생성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대포통장 범죄는 명의인이 직접 계좌 개설 후 대가를 받고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이 허용되면 그만큼 쉽게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대포통장을 막기는 지금보다 더 어려월 질 수 있다.

금융사 관계자는 “비대면 실명 확인이 허용되면 명의도용이나 대포통장 개설 등의 금융범죄에 대응할 그물망이 좀 더 취약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리스크를 현실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거래 때 자금원이나 거래목적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비정상 거래를 포착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운영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도규상 금융서비스국장은 “테스트 과정에서 금융사기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사전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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