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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공들인 日빙수시장, 엔저 탓에 문턱서 고비”

“4년 공들인 日빙수시장, 엔저 탓에 문턱서 고비”

입력 2015-06-01 09:14
업데이트 2015-06-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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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쭉쭉 뻗던 ‘눈꽃빙수’ 기업, 환율로 시름 깊어져 “가격 예민한 日바이어, 1년 이상 뜸만…철벽 앞에 선 느낌”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고 4년간 꾸준히 공을 많이 들였어요. 일본 기준에 맞춰서 꾸준히 준비를 해왔는데 엔저 때문에 문턱에서 걸린 거죠.”

최근 경기도 부천 공장에서 만난 바스코리아의 이기춘 대표는 일본 시장을 바라보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눈꽃 빙수 제빙기’를 생산, 판매하는 바스코리아는 요즘 한창 잘나가는 회사다.

국내에서 최초로 눈꽃가루 형태의 우유 맛이 나는 빙수 제조기를 만들었다는 이 회사는 국내 30여개 빙수 브랜드 1천500여개 매장에 납품했다.

초기에는 국내 공급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매출 8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태국, 말레이시아, 캐나다, 미국 등 30여개국에 기기를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 메뉴개발 등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코리안 디저트 카페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 남미까지 시장을 넓혀왔던 이 회사가 최근 주력했던 시장은 일본이었다.

일본 관광객이 서울 명동 등에서 체험한 빙수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 데다 일본에도 유사한 빙수 문화가 있어 시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바이어의 요구에 맞추려고 일부 소재를 변경하는 등 연구를 거쳐 지난해 9월에는 일본 수입제품 규격 인증(PSE)을 받는 등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런데 수월할 줄 알았던 협상이 엔저 흐름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국내에 빙수 붐이 일면서 일본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때는 지난해 8월. 당시 환율은 100엔당 1천17원이었다. 750만원짜리 기기 모델을 구매한다고 하면 바이어는 한대당 73만7천500엔을 지불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원엔환율이 최저수준(100엔당 892원)까지 떨어졌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84만800엔을 지불해야 한다. 이를 기존 가격 수준으로 맞춰주려면 바스코리아 입장에서는 92만원 가량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그 부담은 200대를 기준으로 하면 1억8천400만원, 300대 기준시 2억7천600만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일본의 경우 통관비가 비싸기 때문에 선적비만 38만∼50만원이 더 들어간다.

이 대표는 “일본은 섬세하고 까다로워서 1년 4계절 기계를 돌려보고 이상이 없으면 구매를 결정한다”며 “또 가격에 예민하기 때문에 수익을 꼼꼼하게 계산해서 필요한 만큼만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영덕 해외영업부장은 “한 일본 바이어와는 1년 이상 협상을 하고 실질적인 미팅만 3번을 했는데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환율이 더 내려가면 어떻게 할지 걱정을 하거나 고정환율로 해줄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본 바이어들과 대화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바이어들은 환율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거나 ‘그때그때 필요한 수량만 구매하겠다’며 계약에 뜸을 들이는 식이다.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값싼 모델로 기기를 바꾸거나 추가 물량을 무료로 제공해 주길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바스코리아는 기존에는 다른 빙수 재료를 더 보내준다거나 서비스 비용을 깎아주는 식으로 융통성 있게 환율 변동에 대처를 해왔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이 정도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무작정 기기 값을 깎아주는 것도 다른 수출국과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바스코리아는 일본 파트너를 구해 현지에 매장을 내고 매장 수익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가격을 내리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노력이 이제 결실을 보려고 하는데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이 타이밍을 놓치고 1∼2년이 지나면 중국의 유사업체가 치고 들어가 일본 시장은 뺏기고 말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제품은 자신 있는데 지금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1m 두께의 철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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