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는 왜 9천만원이나 들여 해외 탐정을 고용했나

예보는 왜 9천만원이나 들여 해외 탐정을 고용했나

입력 2015-09-20 10:25
업데이트 2015-09-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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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숨긴 부실책임자 자산 6천만불 어치 찾아내

예금보험공사가 왜 해외 탐정들에게 9천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했을까.

예금보험공사가 20일 국회 정무위 신학용 의원(새천년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수년간 예보와 해외 탐정들 간의 은밀한(?) 거래 내역이 드러나 있다.

예보가 이들에게 지급한 돈은 2007년 6월 이후 올해 7월까지 140회에 걸쳐 7만6천357달러(8천900만원 상당)에 달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예보는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파산시킨 주범들의 해외 은닉자산을 찾아내고자 해외 사설탐정까지 고용했기 때문이다.

예보는 부실 금융사가 파산했을 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해당 금융사를 정리하거나 부실 관련자에게 책임을 추궁해 자금을 회수하는 역할을 맡는 회사다.

통상은 파산 금융사의 부실 책임자가 확정되면 이들이 보유한 재산을 조사하는 일로 환수 작업을 시작한다.

중앙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금융사에 의뢰해 이들 부실 책임자가 보유한 부동산과 예·적금, 보험금, 주식 등을 찾아내 압류나 가처분 등 수단으로 투입 자금을 회수한다.

문제는 부실 책임자들이 이런 추적을 회피하고자 해외에 숨기는 자금이 늘어나면서부터다.

국내에선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금융사를 통해 보유 재산을 시스템적으로 찾아낼 수 있지만 해외에선 이런 방식이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런 자금을 찾아내고자 부실 책임자의 출입국 기록이나 재외국민등록 내역, 해외송금 내역을 조회한다.

이를 통해 해외 은닉 정황이 나타나면 해당국 탐정을 고용해 은닉 자산을 찾아낸다.

국내와 달리 상당수 국가에서 탐정은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공인된 직업이다. 이들이 국내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금융사를 대신해 은닉재산을 찾는다.

드러난 재산은 해당 국가에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금액을 환수한다.

2007년 이후 예보가 탐정 등 수단을 동원해 찾아낸 부실 책임자의 해외 은닉자산은 5천910만달러(689억원 상당)에 달한다.

이 중 회수를 완료한 금액은 1천390만달러로 23.5%에 달한다.

탐정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회수금액 대비로 0.5% 수준이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들에게 지급한 수수료가 149만달러로 회수금액의 10.7%에 달한다.

신학용 의원은 “발견한 재산 대비 회수 금액이 작고 회수 비용도 작다고 볼 수 없다”면서 “비용 투입 대비 은닉재산 환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보 관계자는 “해외 은닉 자산은 국내보다 회수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지만 부실 관련자를 엄정하게 단죄하는 의미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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