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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 안 잡히는 세계 원유시장의 새 질서”

“가닥 안 잡히는 세계 원유시장의 새 질서”

입력 2016-01-13 16:01
업데이트 2016-01-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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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시장의 지표원유인 서부텍사즈중질유(WTI)의 배럴당 30달러선 붕괴가 눈앞에 다가온 국면이다. 12년 만의 낮은 가격은 신흥국이 견인해 온 수요의 부진과 산유국들이 제어불능 상태로 빠진 공급과잉의 결과물이다. 원유시장 혼란 소용돌이는 세계 경제에만 머물지 않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3일 이같이 지적하고 1970년대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야마니 석유상의 “석기시대가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소개했다. 사우디 당국자는 이 말을 깊이 음미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다. 생산여력은 지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지만 배럴 당 30달러 붕괴 직전인 원유가격은 국가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사우디가 현재의 페이스로 금융자산을 차례차례 까먹으면 5년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이에 다급해진 사우디 정부는 전기나 휘발유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복지나 교육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는 석유대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2000년대의 비싼 원유가격은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의 왕성한 수요가 견인했다. 중국이 신상태(新常態·중속 성장이라는 뉴노멀)라고 불리는 경장성장의 감속 결과, (원유) 수요 확대가 어려워진 것은 철광석이나 석탄 등 다른 자원과 같은 구도다.

그런데 석유의 경우 1년반 만에 가격이 4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간, 롤러코스터 같은 가격 급락을 초래한 요인에는 셰일혁명이 있다. 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신문에 “셰일오일 대두를 4, 5년 전에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기점으로 하는 공급혁명은 원유의 수급 균형 만이 아니라 지정학적인 불협화음도 확대시켰다. 대산유국으로 대두한 미국이 사우디와 함께 위기감을 강화시키고 있다. 사우디나 이란 등 OPEC 회원국들 사이에도 입장 정리가 되지 않고, 비OPEC 산유국의 리더격인 러시아와의 간극도 크다.

시리아 내전이나 이슬람 과격파 조직의 세력확대 등 중동지역은 지금 혼미가 깊어지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 오바마정권의 중동 정책에 불만이 강해졌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유럽과 러시아의 대립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사우디 등 국제정치의 대립이 석유의 주도권 쟁탈전이라는 기름에 불을 붙이는 격이다.

원유가격 하락은 2014년 여름 하락을 시작할 때의 전망과 비교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원유시장 안정을 불러올 새로운 질서는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저유가의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셸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보증이 없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대에 들어서면 T셰일 오일의 생산량이 정점을 칠 것으로 예측한다.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저유가가 10년 단위로 계속되면 원유의 중동 의존도는 70년대 수준으로 돌아간다. 지금 유전개발투자가 정체되면 장래에 급격한 가격 상승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유가는 소비국에게는 커다란 혜택이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것은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리스크를 점점 키울 수 있음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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