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자’ 언제까지…“8부 능선” vs “추세전환 난망”

외국인 ‘팔자’ 언제까지…“8부 능선” vs “추세전환 난망”

입력 2016-01-26 15:31
수정 2016-01-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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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거래일 연속 손매도…6조5천억원 이탈

사상 최장의 외국인 순매도 행진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중국 경제 불안, 국제유가 하락 등 글로벌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신흥국 대표주자인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중국 당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가시화 등을 기점으로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국인의 자금 유출을 자극하는 글로벌 위험 요인이 여전해 당분간 추세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천950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전날 8거래일만에 1천억원 미만(827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내 매도세를 완화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하루만에 2천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사실상 37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팔아치운 주식만 6조5천억원이 넘는다.

지난주에 이미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08년 6월9일∼7월23일의 33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 기록을 넘어섰다.

이번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을 이끈 주요 요인은 미국 달러 가치 상승, 중국 경제 침체 우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외국인의 스탠스 전환을 위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가시화, 국제유가 상승 반전 등이 선결 과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주 유럽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시사에 이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첫 FOMC 회의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신흥국 경제 우려 확대에 따른 미국 경기 모멘텀 둔화 조짐, 유가 급락으로 인한 물가하락 압력 증가 등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이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적(통화완화정책 선호) 스탠스가 강화될 경우 유럽과 일본에 이어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와 금융시장 하방 위험 확대 상황을 고려한 연준의 통화정책 시각 선회가 필요하다”며 “1월 실물 경기 지표 개선을 통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 리스크 진정과 미국 매크로 모멘텀의 부활 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이 오일 머니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일로를 걷는 국제유가의 추이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의 추세적 반등은 당분간 어렵겠지만 20달러 중후반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일 가능성을 감안하면 오일머니 이탈 추세가 진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이 전체 해외투자 축소에 비례해 한국 주식을 판다면 올해 매도 규모는 1조5천억원 규모로, 작년의 38% 수준일 것”이라며 “가파른 오일머니 이탈 추세는 진정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형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심리적 지지선인 30달러를 하향 이탈한 이후 기술적인 반등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중동계 자금 회수 규모는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이 사실상 8부 능선으로, 이후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일시적인 순매수는 기대할 수 있어도 추세적인 순매수 기조로의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같은 위험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미국 신용위기 등 글로벌 악재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했던 지난 2008년 순매도 행진 당시에도 국제유가 하락세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순매수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추세적인 전환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등 애초 외국인 매도를 유발했던 근본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33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이 끝난 7월24일부터 그해 연말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1조6천545억원에 달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신흥국 내에서 위험 요인으로 계속 부각될 수 있고 중국과 원자재 수출국의 위험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를 자극하는 부분”이라며 “일시적인 순매수 전환 가능성은 있지만 추세적으로는 올해 외국인의 순매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의 스탠스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나 국제유가 하락 기조가 추세적으로 반전될 여지는 아직 미미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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