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글로벌 저물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엔 한계”

한은 “글로벌 저물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엔 한계”

입력 2016-01-28 13:15
수정 2016-01-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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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불안정 등 부작용 야기할 위험 있어”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물가하락 추세가 국내 저물가에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런 해외 요인으로 인한 저물가 기조에는 금리 인하가 최적의 정책대응이 아니라면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면 금융 불안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국내에서 저물가 지조가 이어졌지만 물가의 변동성은 커졌고, 작년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세계 10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물가상승률 주요 37개국 중 10위

한은은 올해부터 3년간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기준 2%로 설정했다.

한은은 우리 경제의 기조적 물가 흐름이 2% 내외 수준으로 낮아진 점과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비교적 낮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적정 인플레이션(Optimal inflation) 수준이 2% 내외로 추정된 점도 배경이 됐다.

한은은 금리가 하한선에 달해 더 하락할 수 없는 것으로 가정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적정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1.5∼2.4%로 추정했다.

또 근로자의 임금이 하락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전제로 추정한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은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1.6∼2.3%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처럼 적정 인플레이션이 2000년대 이후 장기간 유지해온 물가목표 수준(3%)보다 낮은 것은 잠재성장률 하락과 대외개방 확대 등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는 저물가 기조가 유지됐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은 편이었다.

우리나라는 2011년에 물가상승률이 주요 37개국 중 8위를 차지했고 2012∼2013년 23위, 21위에는 다소 낮았지만 2014년과 작년(1∼3분기)엔 10위였다.

◇ 물가변동성 커졌다

최근 저물가 기조가 지속됐지만 물가의 변동성은 커진 것으로 한은은 평가했다.

2000년 이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표준편차는 1.2%포인트였는데 금융위기 전은 0.8%포인트, 이후는 1.2%포인트였다.

또 2013∼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변이계수(평균을 고려한 상대 표준편차)는 0.36으로, 2010∼2012년의 0.29보다 커졌다.

국제 유가와 환율,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물가충격의 변동성도 2012년 이후 커진 것으로 측정됐다.

한은은 앞으로도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경제구조 변화,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 글로벌 저물가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면 부작용

한은은 국내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추세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학계의 모형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글로벌 추세 인플레이션은 2000년대 들어 2% 중반 대에 머물다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였다.

한은은 글로벌화, 규제 완화에 따른 기업의 독점력 약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우리나라처럼 무역개방도가 높을수록 글로벌 추세 인플레이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물가가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 통상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통상적인 논리이나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를 보면 이런 논리가 항상 적용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요인에 의한 저물가에 대해 금리 인하 등의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글로벌 요인이 큰 영향을 주는 저물가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금융 불안정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물가가 낮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물가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경기 요인을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요인의 영향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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