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환율 오름세 지속…1차 저항선 1,250원 뚫릴수도”

전문가 “환율 오름세 지속…1차 저항선 1,250원 뚫릴수도”

입력 2016-02-29 15:58
수정 2016-02-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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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요인에 원/달러 환율 급등…대응할 정책수단 마땅치 않아”

전문가들은 29일 원/달러 환율이 2010년 6월 이래 최고 수준인 장중 1,240원대로 치솟은 것이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이에 따라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 경제지표가 좋아진 영향이 컸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아울러 북한과의 관계 경색과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는 기본적으로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약세가 글로벌 경제의 불안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주류를 이뤘다.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대응 수단으로는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 정도 외에는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중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차 저항선인 1,250원을 넘어 1,270원 선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원화 약세 누그러졌음에도 더 약세…수출 호전 효과 체감 어려울듯”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미국 금리인상 기대가 살아나면서 달러화 강세가 재개되고, 전반적으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그러나 너무 오르긴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연초의 원화 약세가 최근 누그러졌다. 그러면 환율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원화 약세 심리가 역외쪽에서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 요인에 더해서 우리나라의 추가 금리인하를 둘러싼 기대도 작용하고, 북한 문제도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므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해 나타난 현상이므로 실제로 수출이 호전되게 하는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환율이 오르면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과거라면 물가관리에도 부정적이겠지만, 요즘은 저물가가 걱정이라 물가불안 요소로는 보긴 어렵다.

원래 1,200원대 중반까지 예상했는데 이미 거기까지 다 왔다. 최고치 기대 수준이 계속 올라갈 수 있다.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보면 1,250원선이 1차 저항선이 될 것이다. 중기적으로 원화 약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환율의 향방이 중요하다. 실물경제에서 중국과의 연계성이 높아 원화 환율이 위안화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위안화가 계속 약세로 가면 원화도 계속 약세로 갈 것이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이 많지는 않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괜찮은데 과도하게 오르면 식혀주는 차원에서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과도하게 개입할 수는 없다. 특히 환율 상승기의 개입은 외환보유액을 소모하는 것이다. 과도한 개입은 위험할 수 있다.

급격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해 운용 중인 거시건전성 3종 세트(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제도) 중에서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게 풀리면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차입거래 목적으로 자본이 유입될 수 있지만 실제 효과가 어떨지는 불확실하다. 공기업의 김치본드 발행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

“외국인 자금 유출 제어 정책수단 마땅찮아…유인책 마련해야”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를 견인한데 따른 것이다. 위험회피 심리 강화의 원인은 중국 증시 불안, 위안하 절하,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북한 관련 이슈 등이 있다.

다른 신흥국들도 달러화에 견줘 가치가 절하됐으며, 원화는 신흥국 평균보다 약간 절하폭이 더 큰 정도이다.

덧붙여서 미국의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개선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다시 강해져 29일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늠하는 핵심지표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우리경제가 제조업 수출 위주이다 보니 수출 증대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실제 수혜받는 수출 대기업도 나타나는 것 같다.

반면 글로벌 디플레이션 추세로 세계시장에 수요가 감소해 있기 때문에 환율효과가 예전처럼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문제다. 환율이 급변동하면 환차손 우려에 외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3월까지는 달러 강세에 의한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1,250원대선을 조금 웃돌 가능성이 있다. 4∼5월 들어서는 미국의 경기회복세와 유럽·일본의 일치된 통화정책 방향성이 세계경기를 안정화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본다.

외환시장에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외환당국이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을 제어하는 게 관건인데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 외환당국은 그럼에도 외인 자금 유출을 제어할 유인책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1,260∼1,270원대까지 예상…1,300원대는 위기 상황에서나 가능”

최근 급등은 중국 외환시장 불안에 사드 배치 등 지정학적 문제가 가세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일반론으로는 원화 환산으로 수출액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수출 부진이 중국 경기 등과 맞물려 있어 절대 수출이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우려되는 것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금리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폭락하거나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한 원/달러 환율은 1,260∼1,270원 정도까지 오르리라 예상한다. 일부 외국계에서 1,300원 수준까지 점치지만, 위기 상황에서나 가능한 환율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당장에 정부가 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어렵다. 스무딩오퍼레이션 정도라고 본다.

증시 영향과 관련해서 지금 우려되는 영향은 주식보다는 채권 쪽이다. 채권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환손실이 우려되면 자금이 더 이탈할 수 있다. 만일 1,300원대까지 가면 최근 주목받은 템플턴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자금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이승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미국 금리인상 고려하면 올해 말 1,270원, 내년 말 1,300원 예상”

적어도 오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원인은 글로벌 요인이다. 미국쪽 지표가 상당히 좋게 나왔다. 금요일 GDP도 그렇고 개인 소비도 그렇고 예상을 상회했다. 미국 연준이 보는 물가지표도 3년2개월만의 최고 수준이 됐다.

당장 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장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원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상승세에는 위안화의 영향이 컸다. 부분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됐다.

올해 말에 1,27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내년 말에는 1,300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급변에 대한 스무딩오퍼레이션 정도다. 증시 영향을 보면, 주식시장은 보합이다. 최근에는 환율과 주식시장이 별개로 움직이는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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