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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ISA·계좌이동제·성과연봉제 압박에… 잠 못 이루는 은행맨

[경제 블로그] ISA·계좌이동제·성과연봉제 압박에… 잠 못 이루는 은행맨

이유미 기자
입력 2016-03-06 22:56
업데이트 2016-03-0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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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요즘 은행원들 마음이 꼭 그렇습니다. 매일 마음을 졸이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는 하소연입니다.

●“1인당 100~120계좌 할당” 소문

은행원들은 계좌이동제(3단계)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은행 창구에서도 주거래 계좌 갈아타기가 가능한 계좌이동제 3단계는 지난달 26일 시작됐습니다. 이달 말까지 은행원 1인당 100~120계좌씩 할당이 내려왔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계좌이동제 실적은 지점 평가(KPI)에도 반영됩니다. KPI는 지점 성과급과 승진을 좌우하는, 은행원들에게는 ‘목숨’ 같은 존재입니다. 은행원들 사이에 “남북통일을 KPI 점수에 반영했다면 진작에 통일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만연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모든 은행이 계좌이동제 유치에 사활을 걸다 보니 실적은 목표치의 20% 선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는 14일 출시 예정인 ISA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일본에선 전체 가입 고객의 절반가량이 ISA 출시 첫날 계약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고객 선(先)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은행원 1인당 100계좌씩 할당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은행들도 ‘일임형’(금융사들이 알아서 운용) ISA를 팔 수 있게 되면서 짬짬이 관련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신의 직장’ 떠나 ‘정글의 법칙’ 새겨야

이런 마당에 월급봉투가 ‘위험’합니다. 금융 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은행마다 저성과자 해고, 대졸 초임 삭감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원은 “일은 산더미이고 사기는 바닥”이라고 자조했습니다.

은행원은 고액 연봉에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은 변화에 둔감하다는 의미와도 맞닿아 있죠. ‘금융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두둑한 맷집도 필요한 법입니다. 누군가 등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원들의 자조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글의 법칙’을 되새겨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급변하는 나라 안팎의 금융시장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03-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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