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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일자리 共生’해야 산단다… 왠지 더 으스스하다

기계와 ‘일자리 共生’해야 산단다… 왠지 더 으스스하다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6-03-11 20:44
업데이트 2016-03-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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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다가오는 AI토피아] <2>인공지능과의 ‘일자리’ 싸움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암울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WEF가 전 세계 노동인구의 65%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15개국을 분석한 결과 2015~2020년 일자리 716만 5000개가 없어지고 202만 1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514만 4000명이 실업자가 되는 셈이다. WEF는 사라지는 일자리의 3분의2가 사무·행정직으로 가장 많고 컴퓨터공학이나 수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봤다. 이보다 앞서 국제노동기구(ILO)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실업자 수가 11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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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실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은 미국에서 20년 내에 많게는 47%의 일자리가 자동화와 로봇의 등장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서관 사서, 단순 경리직, 세무사, 하역 일꾼, 보험 심사역, 텔레마케터 등 170여종의 직군은 자동화될 확률이 90%가 넘는다고 내다봤다.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2025년이 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로봇이 4000만~7500만명의 인간이 할 일을 대체할 것이며 지식노동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은 1억 1000만~1억 4000만명분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 포브스엔 기업 실적 기사 쓰는 로봇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은 이미 노동시장에 진출해 있다. 로봇 저널리즘이 대표적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기업실적 분석 기사 작성을 내러티브 사이언스라는 벤처가 만든 기사 작성 알고리즘에 맡겼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 판타지 저널리스트 등 기사 작성 AI 벤처가 대거 등장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업계는 주식거래(시스템 트레이딩)를 넘어 투자 분석, 투자 자문에 인공지능을 두루 활용한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켄쇼의 인공지능 ‘워런’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올리면 어떤 종목의 투자가 유망한지를 묻는 말에 척척 해답을 준다. 일본의 미즈호은행은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간을 닮은 로봇 페퍼를 점포에 들여놓고 고객을 상대하게 한다. 미즈호는 2020년 도쿄올림픽 즈음에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페퍼에 결합한 금융 컨설팅 로봇을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금융업계는 투자 분석·자문에까지 활용

법률 분야에서는 미국 블랙스톤 디스커버리가 150만건의 서류를 기초로 법무 자료 조사를 대행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조사분석 전문 인공지능이 널리 퍼진다면 로펌, 증권, 연구소 등 다양한 지식업종에서 인간 조사역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인공지능은 심지어 고도의 창의력이 필요한 예술 분야까지 넘본다. 기계학습으로 작곡 능력을 터득한 인공지능 ‘에밀리 하월’이 만든 곡은 애플 스토어와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계와 인간 중 누구를 고용하는 편이 유리할까. 기계 값이 어느 정도 싸지면 기업은 로봇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로봇의 단가는 해마다 10%씩 하락하고 있다. 시각 인지기능과 4~5개 관절을 갖춘 산업용 로봇의 가격은 10만~15만 달러 수준이다. 다만 로봇은 투자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초기에 큰돈이 드는 데다 로봇 투입에 따른 인력 재배치, 제조 설비 재설계 등 숨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한번 들이면 쉽게 처분하지 못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인력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면 잔업을 줄이거나 쉬게 할 수 있지만 자동화된 공정은 그럴 수 없다. 로봇이 한번 고장 나면 전체 작업이 마비될 수 있어 위험 부담도 크다.

미래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인공지능이 창출할 새로운 일자리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무인항공기인 드론은 베테랑 조종사는 필요없지만 일반 비행기보다 더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한다. F16 전투기 운용에는 100명 남짓이 필요하다면 무인정찰기 프레데터 1대를 움직일 때는 168명의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 드론이 수집한 정보량이 많아 미군은 7만명가량을 자료 분석과 처리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로봇연맹은 로봇 개발 및 제조, 관련 부품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로봇 관련 240만~43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등 IT 기업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발하게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래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소득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을 비서로 쓰는 변호사와 첨단 수술로봇,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을 치료에 활용하는 의사는 우위를 차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쟁자들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숙련직, 전문직, 관리직 종사자가 주축인 중산층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의력 발휘해 새 영역 발굴에 집중해야”

기계에 맞서 일자리를 지키거나 기계와 함께 일해야 하는 미래 인간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계는 한 가지 기술에서 인간을 압도할 수 있으나 한 명의 인간은 수백 가지 일을 하기에 기업 입장에서 인간을 고용하는 편이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날 수 있다”면서 “인류는 기계가 따라할 수 없는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고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6-03-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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