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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막내가 귀해진 증권업계…“부장님이 생수통 갈아요”

20대 막내가 귀해진 증권업계…“부장님이 생수통 갈아요”

입력 2016-03-13 10:19
업데이트 2016-03-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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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대 증권사 대졸 공채 300명 미만 예상…입사 ‘바늘구멍’

여의도 증권가 취업시장에 꽃샘추위 못지않은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올해 10대 증권사들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규모가 300명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젊은 피 수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여파로 증권업계에선 20대 막내 사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가 됐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5개 대형 증권사가 올해 대졸 신입 공채에서 예년 수준으로 뽑더라도 전체 채용 규모는 250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가 13일 자산규모 10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상대로 올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실시 검토’ 수준을 밝힌 증권사는 5곳에 불과했다.

현재 자산 규모 1위인 NH투자증권이 올 하반기에야 20∼30명의 공채를 검토 중이다.

2013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은 인력이 크게 늘어 최근 3년간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년간 하반기에만 대졸 신입 공채를 한 삼성증권은 올해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체 채용 인원은 작년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하반기에만 신입 공채로 60여 명을 뽑았다.

매년 하반기 그룹 공채로 12명 정도를 뽑은 하나금융투자는 올해도 하반기에 같은 수준으로 신입사원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한 차례 공채하는 신한금융투자는 올 하반기 진행할 예정이지만 채용 인원과 구체적인 시기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는 2013년 46명을 선발하고서 2014년을 건너뛴 뒤 작년에 71명을 뽑았다.

매년 11월 공채를 진행해 온 한국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공채 계획을 잡았으나 구체적인 규모는 미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3년 70명, 2014년 62명, 작년 80명을 공채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대졸 신입 채용 규모는 작년 수준을 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내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은 올해 공채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7월과 12월 각각 40여 명과 60여 명을 공채했으나 올해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 채용 계획을 잡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올해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잡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이 신입사원을 뽑은 것은 60명을 선발한 2014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작년 10월 신입 공채를 진행하려다가 대우증권 인수 문제로 일정을 연기했다”며 “올해 공채 계획도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2013년 12명을 선발하고서 지난 2년간 신입 공채를 하지 않은 현대증권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상황이어서 올해도 건너뛸 가능성이 크다.

3년반 만인 작년 하반기에 공채로 14명을 선발한 대신증권과 2010년 하반기 33명을 뽑은 이후 공채를 진행하지 않은 메리츠종금증권도 마찬가지다.

올해 대형 증권사들의 신규 채용 인력은 과거 증시 활황기 때 대형 증권사 한 곳의 채용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 증권사들이 한 해 수백 명씩 채용했다”며 “코스닥 활황기인 1999년을 전후해 모 증권사는 연간 200∼300명씩 뽑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채 신입사원이 갈수록 줄면서 각 증권사 본사의 일부 부서나 지방 영업점에서는 30∼40대가 막내 직원인 경우가 흔한 일이 됐다.

최근 승진한 한 대형 증권사의 부산영업점 부장(46)은 “특히나 지방 영업점에는 젊은 피 수혈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부장이 됐지만 사무실에선 아직 막내여서 직접 생수통을 갈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불어닥친 채용 한파는 업황이 침체한 영향도 있지만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영업 환경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 수를 줄이는 추세와 같은 맥락이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국내 경기는 물론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증권사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증권사 대부분이 몸집 줄이기를 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공채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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