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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돌아야 한다는데’…통화정책 약발 안듣나

‘돈은 돌아야 한다는데’…통화정책 약발 안듣나

입력 2016-03-17 10:45
업데이트 2016-03-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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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확실성에 실물경제 효과 제한적…“상황 개선됐다” 기대감도

돈을 풀어도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는 것이 지표로 확인되면서 금융통화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1월 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거의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통화당국의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은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통화정책의 효과 논란도 심화될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는 한은의 동결 발표 이후 싸늘하게 식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효과가 기업 투자나 가계 소비 등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고리가 약해졌다는 점은 경제 지표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4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0% 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가 실물경제에 파급되려면 수개월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은 71.9%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셈이다.

기업 투자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말 시중통화량(M2) 잔액(원계열 기준) 2천247조3천억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590조7천억원으로 전년 말(520조9천억원)보다 13.4%(69조7천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이고 일부 기업들이 수익으로 생긴 자금을 설비 등에 투자하기보다 쌓아둔 것으로 볼수 있다.

이런 가운데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바닥세를 보이다보니 시중에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은 작년 말 기준 약 931조3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이처럼 저금리가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경기 둔화 등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 수준으로 악화됐다.

연초부터 중국 경제의 불안과 국제유가 급락, 수출 감소,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악재가 잇따른 결과다.

기업과 가계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의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9조원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고민에 따른 조치다.

돈이 시중에 돌지 않는 만큼 필요한 기업에 맞춤형으로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통화정책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섰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3일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 가까이 낮아질수록 통화정책의 효과성은 약화된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출 및 소비활성화 정책으로 유효수요를 늘리는 게 효과적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반등과 미국 경제의 호조 등으로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가계나 기업의 심리가 나아지면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로 연결될 가능성은 커진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별로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도 커질수 있다”며 “재정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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