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만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며 식욕도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이는 대표적인 ‘춘곤증’ 증상으로, 일반적으로 병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봄을 맞아 기온이 올라가면서 신체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데 반해 우리 몸이 아직 이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피로 증상인 셈이다.

하지만, 봄철에 졸음이 쏟아진다고 해서 이를 모두 춘곤증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왜냐면 생리 증상인 춘곤증과 심각한 질환 때문에 나타나는 수면장애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면장애는 방치할 경우 자칫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장질환, 치매와 같은 각종 성인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장애 중에서도 특히 밤에 충분히 자고도 낮 시간에 과도하게 자는 ‘과다수면증’을 춘곤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과다수면증은 단순히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따라서 빠른 진단과 그에 맞는 적절한 처방이 필수적이다.

이상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만약 주간에 과도하게 졸음이 쏟아지는 현상이 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과다수면증이 아닌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과다수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기면병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들 수 있다. 기면병은 주로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수면질환으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지는 게 주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잠에 빠질 수 없는 ‘훈계’ 등의 상황에서조차 조는 학생이 있다면 이 학생은 기면병일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누구나 졸 수 있는 상황에서 존다면 이는 수면부족, 춘곤증, 식곤증 등일 원인일 것”이라며 “하지만 수업 중 친구들보다 특별히 많이 조는 학생이라면 기면병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면병은 진단이 늦어지면 늦어지는 만큼 졸음 때문에 학업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그 결과 학교 성적이 크게 떨어진다.

기면병으로 볼 수 있는 다른 증상으로는 웃거나 감정변화가 심할 때 온몸이나 몸의 일부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탈력 발작’, 잠이 들거나 깰 때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마비’ 등이 있다.

성인이나 노년층이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많이 피곤하고 늘 졸립다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질환은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하거나 일시적으로 호흡이 중지되는 게 주 증상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자기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자다가 잠시 깨 숨을 쉬고 다시 잠을 자곤 한다. 이런 현상이 무호흡증과 번갈아 가며 계속해서 반복되기 때문에 좀처럼 잠을 깊이 잘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결과 환자는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많이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상암 교수는 “환자 자신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배우자에 의해 병원을 찾게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질환을 방치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기억력, 판단력이 떨어지고 졸음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계조작 근로자나 자동차 운전자가 낮에 많이 졸립다면 반드시 수면무호흡증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증을 장기간 내버려두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호흡 증상에 의한 저산소증과 교감자율신경계의 과도한 활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심혈관계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