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철도사고조사위 中조종사-관제탑 교신내용 파악 주력
청주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와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충돌할 뻔한 사고와 관련해 조사 당국은 중국인 조종사와 관제탑의 교신 내용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항공법상 ‘준사고’로 분류하고 전날부터 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항공법상 항공기 사고란 사람의 사망·중상·행방불명, 항공기의 중대한 손상·파손 또는 구조상의 결함 등을 뜻하고 준사고란 항공기 사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사건을 의미한다.
지난 18일 오후 10시12분께 대한항공 여객기가 청주공항 활주로에 착륙해 속도를 줄이던 중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침범하려 했다.
남방항공 여객기는 활주로에서 90m 떨어진 정지선에서 관제탑의 이륙허가를 받고 활주로에 진입해야 하는데 대한항공 여객기가 지나가기 전 활주로로 다가가 사고가 날 뻔했다.
군공항인 청주공항에는 활주로가 2개 있지만 민항기는 1개 활주로만 이용해 이륙과 착륙을 번갈아 한다.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는 활주로 중간지점에서 90m 떨어져 대기하다가 대한항공 여객기가 지나가고 나면 같은 활주로로 들어와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동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이동했어야 한다.
이번 준사고의 핵심은 왜 중국인 조종사가 정지선에 대기하지 않고 활주로 쪽으로 다가갔느냐이다.
청주공항에서 승객을 태운 여객기는 지상이동 지시를 받고 활주로 앞 정지선에 멈췄다가 이륙허가를 받으면 활주로로 들어가 활주로 끝에서 이륙을 시작한다.
남방항공 여객기는 당시 이륙허가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사고조사위원회는 군에 당시 관제탑 교신기록을 넘겨받아 분석작업을 벌인다.
관제탑에서 지상이동 지시만 있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중국인 조종사가 안개 때문에 정지선을 못 본 것인지, 아니면 영어로 이뤄지는 교신내용을 착각하는 등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다각적으로 조사한다.
당시 청주공항의 평균 시정거리는 약 3.2㎞로 양호했지만 육안으로 비행기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안개가 군데군데 짙게 끼어 있었다.
중국인 조종사들은 영어로 이뤄지는 교신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섬 공항에서는 활주로에서 KLM네덜란드 여객기와 팬아메리카 여객기가 충돌해 583명이 숨졌다.
당시 KLM네덜란드 여객기 조종사는 관제탑과 영어로 이뤄진 교신을 잘못 알아듣고 이륙허가가 난 줄 알고 이동하다 활주로를 이동중이던 팬아메리카 여객기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공항 역시 활주로가 1개였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은 물론 남방항공에 준사고 조사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로 했다.
특히 남방항공 여객기 조종사의 면담 협조를 요청하고 해당 조종사가 청주공항에 몇 차례 왔었는지, 영어 소통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조사한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중국인 조종사의 방한을 일단 요청하고 안 되면 조사관을 중국에 파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준사고와 관련해 국적 항공기 조종사들은 청주공항의 시스템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 조종사는 “청주공항은 승객을 태우고 이동을 시작하면 유도로가 없고 곧바로 활주로”라며 “조종사가 정지선을 착각하는 등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막을만한 시스템적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고조사위는 이러한 점까지 포함해 총체적으로 준사고 원인을 조사한다.
청주공항에서는 작년에도 준사고 1건이 발생했다.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작년 5월28일 청주공항에서 앞에 착륙한 군용기가 활주로를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착륙했던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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