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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간암 잡는 바이러스 백신’…한국서 나올까

세계 첫 ‘간암 잡는 바이러스 백신’…한국서 나올까

입력 2016-03-22 10:41
업데이트 2016-03-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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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21개국서 600명 대상으로 임상3상 돌입

천연두의 종말을 알린 ‘우두 바이러스’가 간암도 정복할 수 있을지 학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는 천연두는 ‘약’(藥)으로 변신한 우두바이러스에 무릎을 꿇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공식적인 천연두의 종언을 선언했다.

천연두를 없앤 우두바이러스를 다시 ‘인류의 적’ 암과 맞서 싸우는 투사로 만든 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이다.

신라젠(대표 문은상)은 부산대 연구팀과 함께 우두바이러스를 활용해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펙사벡’(Pexa-Vec, 일명 JX-594)을 만들었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환자의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 뒤 체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암을 파괴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암세포가 스스로 사멸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유전자를 변형시킨 우두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사해 암세포에 감염시키면, 신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위험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기 시작한다. 즉,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가 체내에서 활성화된 면역체계를 통해 치료되는 셈이다.

이때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항원이 생성된다. 다시 말해 자신이 걸렸던 암에 대한 면역이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이 특정 질환에 대한 예방 접종 주사를 맞으면 병원체에 대한 항원이 생기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시한부 간암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펙사벡 임상 2상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23명의 암세포가 줄었고 2명은 아예 암이 사라졌다. 이 결과는 2013년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의 표지논문으로 실리기도 했다.

다만, 펙사벡은 인위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 암세포를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별 상태에 따라 치료 정도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는 게 신라젠의 설명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22일 “체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병을 치료하기 때문에 최소한 본인 힘으로 걷고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활력과 항암 치료를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의 면역력을 가진 환자의 효과가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펙사벡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이 나오면서 신라젠의 신뢰도도 크게 높아졌다.

신라젠은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글로벌(다국가)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미국 FDA로부터 글로벌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해 10월에는 비상장사로는 유일하게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새발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신라젠의 미래를 위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올해 초 본격적인 임상 3상이 개시된데다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 3상은 간암 환자 총 600명을 대상으로 미국, 호주, 유럽, 한국, 중국 등 21개국에서 진행된다. 펙사벡을 2주 간격으로 총 3차례에 걸쳐 종양에 직접 투여한 뒤 기존 간암치료제 ‘넥사바’를 함께 투약하는 식이다.

문은상 대표는 “현재 임상 환자는 3명뿐 이지만 연말까지는 임상 환자를 70~8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기술수출 역시 러시아, 일본 제약사를 중심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임상은 올해 하반기 12개 대학병원에서 100명 안팎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정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효과만 입증된다면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치료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제 임상 3상을 시작하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인 자세에서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오는 7월 중 임상 3상이 시작된다.

임상 3상 비용은 총 800억~850억원으로 추정된다. 절반 정도는 신라젠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유럽의 트랜스진과 홍콩 리스팜 등에서 지원한다. 트랜스진과 리스팜은 각각 유럽과 중국 지역의 판권을 갖고 있다. 한국 판권은 녹십자가 간암 적응증에 한해 보유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착수했다. 신라젠은 이달 17일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 한국거래소에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신청했다.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게 되면 곧바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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