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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모기 사육실 들어가니 “아이고 썩은 물 냄새”

지카 모기 사육실 들어가니 “아이고 썩은 물 냄새”

입력 2016-03-30 13:59
업데이트 2016-03-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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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곤충사육실·바이러스 실험실 첫 공개

문을 열고 들어서자 형언할 수 없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행 대부분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채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안되겠다”며 밖으로 뛰쳐나간 이도 있었다. 30년 가까이 모기를 연구한 신이현 연구관만이 “저희는 이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하며 멋쩍게 웃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매개체사육동의 풍경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카바이러스와 그 매개곤충을 연구하는 감염병매개체사육동, 바이러스 실험실 등을 29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사육동에는 ‘흰줄숲모기’가 흰색 방충망 케이지 안에서 맹렬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사육실의 독한 냄새는 흰줄숲모기 유충이 자라는 썩은 물, 모기의 흡혈 대상이 되는 쥐와 그 분변이 원인이라고 신이현 연구관은 설명했다.

흰줄숲모기는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어 현재 당국의 박멸 대상 0순위지만, 이곳 사육동에서만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유충인 장구벌레가 썩은 물속에서 번데기가 되면 연구관들은 이 번데기를 일일이 스포이드로 건져내 우화를 돕는다.

성충이 되면 케이지 안으로 옮겨져 충분한 먹이를 공급받는다.

신 연구관은 “흰줄숲모기 한 마리가 최대 8번까지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녀석들은 물과 육지의 경계선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사육동에는 모기 수만 마리가 사육 중이다. 이 중 흰줄숲모기는 수천 마리 수준이다. 아직 이들 모기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은 하기 전이라고 신 연구관은 설명했다.

곤충들은 질병매개곤충과 연구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직접 채집한다.

채집 도구와 방식도 다양하다.

모기는 보통 먼저 이산화탄소나 사람의 채취로 표적을 감지한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눈으로 표적을 다시 확인하고 다가와 대롱을 꽂는다.

모기를 채집할 때는 이런 특성을 이용한다. 특별히 고안된 채집도구에 드라이아이스를 놓아두면, 모기가 이산화탄소를 느끼고 다가온다. 이 도구는 한 번 들어온 모가 쉽게 나갈 수 없도록 제작됐다.

채집된 모기 일부는 사육동으로 보내지고 또다른 일부는 표본으로 보관한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매개체 표본실에는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기 40종의 표본이 확보돼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이집트 숲모기’도 표본으로 보관 중이다. 이런저런 용무로 현지에 간 연구원들이 직접 모기를 채집해 국내로 반입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카바이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등을 국내에서 처음 확진한 실험실도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이달 22일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확진된 곳과, 지난해 5월20일 국내 첫 메르스 바이러스가 확인된 실험실이다.

지카바이러스의 유전자검사(RT-PCR)를 수행하는 실험실에 방문하기 전, 취재진은 부직포 겉옷과 덧신을 착용해야 했다. 혹시 모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취재진은 실험실 입구 근처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는 호흡기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이곳의 연구자들은 간단한 실험복과 마스크, 장갑 등으로 가벼운 차림이었다.

메르스, 결핵 등 호흡기로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특수연구실험동’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곳은 BL3(생물안전 3등급) 시설이 갖춰져 있다. 연구자들은 필터가 갖춰진 호흡 보조기구와 전신보호구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실험실은 바깥보다 기압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 실험실 안쪽의 유해 병원균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국 실험실은 산소 농도가 옅은 고산 환경과 비슷해져 연구자들이 쉽게 지칠 수 있다고 한다.

실험실 문은 3단계로 밀폐돼 있고, 이 문은 2개 이상 동시에 열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고 채희열 생물안전평가과 연구관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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