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정신감정 거부’로 궁지에 몰린 신동주

신격호 ‘정신감정 거부’로 궁지에 몰린 신동주

입력 2016-05-20 09:52
수정 2016-05-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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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95) 총괄회장이 끝내 정신감정을 거부하고 19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무단 퇴원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리를 굳히는 분위기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후계자로 나를 지목했다”고 줄곧 강조해왔지만 90대 중반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과연 정상인지부터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면 신 전 부회장의 ‘후계자 낙점론’도 공인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신 총괄회장은 지난 16일 정신 감정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입원 만 사흘만인 19일 돌연 퇴원해 본인의 집무실 소공동 롯데호텔로 돌아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운영하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조기 퇴원 배경에 대해 “신 총괄회장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진과의 협의를 거쳐 퇴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적으로 신 총괄회장 본인 의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측근 인사들이 전략적으로 ‘입원과 조기 퇴원’ 방식을 택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 계속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신 총괄회장에 대한 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을 반대해왔다.

정말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약 2주정도 입원을 통해 깔끔하게 ‘정상’ 판정을 받는 게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유리하지만 사실상 현재 신 총괄회장의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닌만큼 일단 공식적으로 감정에 응하되(16일 입원) 신 총괄회장의 고집을 내세워 조기 퇴원시킴으로써 검증 자체를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3월 6일 주총 당시와 마찬가지로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 안건으로 다시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 7명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제기할 예정인데 주총 표 대결 전에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이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승산이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입원 정신감정을 포함한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 자체를 최대한 늦출 필요가 있고, 당초 ‘4월 말’이었던 법원 지정 기한을 넘겨 지난 16일에야 신 총괄회장의입원이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추측처럼 신 전 부회장 측의 판단에 따라 ‘입원 연기-조기 퇴원’이 실현됐고, 의도한 대로 시간 끌기나 항소 등에 대비한 명분 쌓기 등에는 성공했을지라도 더 중요한 사실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국 정신감정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 쪽에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남아있는 변수라면 후견의 종류 정도인데, 이는 신동빈 회장이 승리를 굳히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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