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삼성가’ 면세점 격돌…정유경, 이부진 아성 도전

‘범 삼성가’ 면세점 격돌…정유경, 이부진 아성 도전

입력 2016-05-22 10:27
수정 2016-05-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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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유통기업 중 하나인 신세계의 명동 면세점 개장으로 롯데·신라면세점의 양강 구도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범 삼성가’ 여성 경영인들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면세점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신라면세점에 강력히 도전하는 형국이다.

◇ 업계 2위 신라면세점, 수성 ‘비상’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면세점 대전’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후발주자지만 다른 신규 업체와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는 이미 부산과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을 거느린 ‘유통 공룡’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면세점 시장이 롯데, 신라, 신세계의 ‘빅3’로 재편됐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명동점은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같은 상권에 있어 롯데와 신세계의 ‘명동 대전’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신세계의 도전으로 롯데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신세계 명동점 개장으로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여행객뿐만 아니라 자유여행객들에게도 가장 인지도 높은 쇼핑 명소”라고 말했다.

정작 신세계의 경쟁 상대는 신라면세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의 유통사업 역량과 롯데 소공점과의 시너지 효과로 쇼핑 1번지 명동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라면세점을 위협할만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쇼핑을 먼저 명동에서 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며 “명동에 면세점이 늘어나면 신라 등 강북권 다른 면세점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으로서는 신세계면세점 외에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동대문에 20일 문을 연 두타면세점과도 경쟁해야 한다.

게다가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이 추가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롯데면세점의 작년 매출액은 4조7천390억원으로 전년보다 12.4% 증가했다. 점유율은 50.8%에서 51.5%로 상승했다.

신라면세점의 작년 매출액은 2조5천888억원으로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점유율은 30.5%에서 28.1%로 2011년 이후 4년 만에 30% 아래로 떨어졌다.

◇ 이부진-정유경, 사촌간 면세점 승부

신세계그룹이 계열사간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은 정유경 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무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 사장은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큰 틀을 잡으며 개장 준비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문을 연 명동점은 면세점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 혹은 박물관처럼 꾸민 것이 특징이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기존 면세점은 단순히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었으나 신세계면세점은 추억을 쌓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지가 돋보이는 공간이 10층에 설치된 벨기에 출신 현대미술작가 카스텐 횔러의 ‘미러 캐러셀(Mirror Carousel)’이다.

2개층 높이에 달하는 폭 7.5m, 높이 4.5m의 대형 회전그네로, 작품 위 벽면의 360도 LED 화면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이 어우러진다.

신세계면세점의 상징이 된 이 작품의 선정에도 정 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여러 매장을 들일 수 있는 넓은 공간에 대형 미술품을 놓는 결정을 전문경영인이 하기는 어렵다”라며 “정 사장이 면세점의 전체적인 디자인부터 작품 선정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신규 면세점 가운데 가장 화려한 브랜드를 자랑한다. 내년까지는 루이뷔통 등 3대 최고급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해외 명품업체 최고위층과 만남을 가지며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과 사촌지간인 이부진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합작해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열고 명품 유치에서도 성과를 내는 등 활발히 활동해왔다.

면세점 경쟁이 확대되면서 이부진 사장도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전면에 나서 호텔신라를 이끌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동안은 면세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시기였다”며 “신라면세점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는 지금부터 이 사장이 경영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5번 도전 끝에 장충동 한옥호텔사업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한옥호텔이 생기면서 신라면세점은 자리를 옮겨 기존 매장 면적보다 약 40% 확장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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