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회 “생존율 높이려면 병상 대비 전문인력 기준 강화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상당수 대학병원이 1등급에 탈락하면서 중환자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하지만, 이번 1등급 선정 기준조차도 외국과 비교하면 약한 만큼 관련 기준을 더욱 높여야 사망률 개선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심평원은 평가 기준에 따라 1등급(11곳), 2등급(64곳), 3등급(52곳), 4등급(90곳), 5등급(46곳) 의료기관을 최종 선정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관리가 이번 적정성 평가를 계기로 재조명받게 된 의미가 있지만, 중증환자를 돌보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중환자실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평가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지정해야 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평가지표에서 가중치가 가장 높았던 항목(25%)은 전담전문의 1인당 중환자실 병상 수 였으며, 병상 수 대 간호사 숫자(20%)가 그 뒤를 이었다.
중환자실 전문장비 및 시설 구비 여부(10%), 진료 프로토콜 구비율(5%), 48시간 이내 중환자실 재입실률(10%), 기타(30%) 등 다른 항목과 비교했을 때 ‘인력’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두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인력 관련 평가 분야에서 외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미국은 의사 1인당 담당 중환자실 병상 수를 14병상이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고, 유럽은 6~8병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채만 중환자의학회 이사장은 “전담전문의 1인당 중환자실 병상 수가 30병상인 의료기관도 이번 평가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배분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중환자실 환자의 생존율은 ‘전문인력 확보’에 좌지우지된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 1명이 평균적으로 중환자실 44.7병상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등급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은 서울(7곳), 경기(1곳), 경상(3곳)에 몰려있었다. 지역별 의료기관의 중환자실 운영 수준 차이가 확인된 것이다.
서지영 중환자의학회 부회장은 “외국과 비교해 평가수준이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252곳이 2등급 이하였다는 사실에서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열악한 수준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부회장은 “대다수 의료기관이 수준 높은 중환자실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모든 의료기관 명칭이 공개되면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이미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가 등급이 높은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는 별로 없겠지만, 신규 환자와 보호자가 입원 시 중환자실 평가 기준도 일정 부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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