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한진해운 협상에는 관여 안해”
현대상선이 정상화의 최대 고비로 여겨지던 용선료 협상에 성공함에 따라, 같은 형태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한진해운 역시 뒤를 따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 미국 로펌인 밀스타인의 마크 워커 변호사와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이라면,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의 첨병 역할은 영국계 로펌 ‘프레시필즈(Fresh Fields)’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워커 변호사와 변 고문은 지난 2월 하순 현대상선이 용선료 조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상선은 협상의 자문사로 밀스타인을 선정했고, 워커 변호사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22개 선주사들과 용선료 조정을 위한 접촉에 나섰다.
지난달 18일 주요 컨테이너선사 4곳과 서울에서 마라톤 회의를 벌일 때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충현 상무와 함께 참석했다.
협상 막바지까지 깐깐한 태도를 보인 조디악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꼭 좀 도와달라”는 이메일을 보내 입장 선회를 끌어낸 데에도 워커 변호사의 아이디어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아 ‘변양호 신드롬’(공무원이 큰 책임이 따르는 결정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변 고문도 협상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밀스타인의 한국 쪽 자문을 맡은 변 고문은 협상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현대상선과 금융당국, 채권단의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 변호사와 변 고문은 과거 외환위기 때에도 외채협상단으로 함께 활동한 사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가 필요한 고난도 구조조정 사안에서 ‘콤비’의 힘을 다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상선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전면에는 흔치 않은 ‘성공 경험’을 갖춘 영국계 로펌인 프레시필즈가 선다.
프레시필즈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ZIM)’의 협상에 투입됐던 법률 사무소다.
당시 짐은 해외 선사들과 2013년 협상을 시작해 2014년 7월까지 용선료 재협상을 진행, 세계 해운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용선료 재협상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11일 프레시필즈를 자문 로펌으로 선정해 1차 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마크 워커 변호사를 영입하는 것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 프레시필즈에 법률 자문을 맡겼다.
용선료 협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한진해운은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워커 변호사·변 고문 콤비가 한진해운의 협상에도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변 고문은 “한진해운 쪽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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