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용 대표 구속에 당분간 박현철 전무 체제…“흔들리지 말자” 당부
롯데물산이 현직 대표의 구속과 그룹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 속에 우울한 생일을 맞았다.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5일 창립 35주년을 맞는 롯데물산은 하루 앞선 이날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조촐한 창립기념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박현철 전무를 비롯한 임직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분 만에 끝났다.
박 전무는 이날 짧은 기념사를 통해 “회사 외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신경쓰지 말고 롯데월드타워를 연말까지 차질없이 완공하자”며 “흔들리지 말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물산 임원들은 이날 기념식 이후 근처 식당에서 함께 30∼40분간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며 ‘35번째 생일’을 조용히 자축했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초부터 노병용 대표가 새 사령탑을 맡고, 제2롯데월드몰을 둘러싼 안전성 문제가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올해 초까지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올해 연말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고층부)가 완공될 계획이어서 롯데물산으로써는 감격스러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노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는 악재를 마주하며 이런 분위기는 급속하게 가라앉았다.
노 대표는 2006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을 지낼 당시 출시한 자체브랜드(PB) 제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가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것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게다가 이달 10일에는 검찰이 롯데그룹과 일부 계열사에 대한 고강도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롯데물산 안팎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졌다.
검찰이 우선으로 들여다보는 사안은 ▲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횡령 의혹 ▲ 계열사 간 자산·자본거래와 내부거래 과정의 배임 의혹 ▲ 그룹·총수 일가의 불법 부동산 거래 등 크게 세 갈래다.
다만 현재까지는 제2롯데월드 건설·인허가와 관련된 정치권과 군에 대한 로비 의혹의 경우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검찰의 발표에도, 장기적으로는 이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2롯데월드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14일 검찰의 2차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시행사인 롯데물산이 3차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물산은 당분간 사업총괄본부장인 박 전무를 주축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면서 롯데월드타워를 연내 완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직원들이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념식에서도 예전과 다름없이 열심히 일하자는 격려의 말이 있었다”며 “(롯데월드타워 개장 준비에) 차질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연내에 계획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