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맞춤형 보육’ 합의…커지는 부모 불안

모호한 ‘맞춤형 보육’ 합의…커지는 부모 불안

입력 2016-06-20 11:33
업데이트 2016-06-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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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보전·다자녀 완화 ‘동상이몽’…어린이집 23~24일 휴업 방침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맞춤형 보육과 관련한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야권과 정부·여당 사이의 이견이 여전히 큰 데다 합의문의 내용도 모호해 갈등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합의문이 나온 뒤에도 야권은 강경 투쟁 방침을 내세우고 있고 어린이집 단체는 23~24일 휴원 ‘투쟁’을 강행할 방침이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정은 지나 16일 여야가 ▲ 종일반 대상이 되는 다자녀의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일부’ 완화 ▲ 맞춤반의 ‘기본 보육료’를 ‘종전’ 지원금과 같은 금액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정부는 우선 예정대로 7월1일 맞춤혐 보육의 시행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다자녀 기준 완화, 보육료 보전 등 여야의 요구를 바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검토’하는 수준인데다, 이 역시 7월1일 시행되는 경우에 한해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검토’하기로 한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 다자녀의 기준을 2자녀로 모두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완화하는 방안인데, 완화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지에 따라 야권과 정부여당 사이에 견해차가 클 수밖에 높다.

어린이집 경영에 민감한 맞춤반의 보육료 보전 대상도 전체 보육료가 아닌 ‘기본보육료’로 국한됐다.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보육료는 기본보육료와 부모보육료로 나뉜다. 올해 두 보육료 모두 6% 인상돼서 종일반은 0세 기준 82만5천원(부모보육료 43만원+기본보육료 39만5천원)의 보육료가 지급된다.

복지부는 맞춤반에 대해 두 종류의 보육료 모두를 80% 가량(부모보육료 34만4천원+기본보육료 31만6천원) 지원할 방침이었는데, 합의문에서 검토하기로 한 것은 부모보육료는 그대로 80%로 정하되 기본보육료는 ‘종전’대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보전의 수준도 ‘종전’으로 정해 애매하다. ‘종전’의 개념이 6% 보육료를 인상하기 전인지, 아니면 종일반과 같은 수준이라는 의미인지는 명확지 않은 것이다. ‘종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 맞춤반 아동의 전체 보육료는 종일반 아동의 87% 수준일 수도, 90%가량일 수도 있다.

이날 합의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야권이 맞춤형 보육을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합의문의 ‘검토’는 말 그대로 검토한다는 의미이지 그대로 수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야권은 한층 더 강경한 방침을 보이고 있다.

합의문 발표 다음 날인 1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위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맞춤형 보육은 막맞춤형 보육”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 의원은 “보육계와 야당이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하고 반대해온 맞춤형 보육을 7월 1일부터 졸속으로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에 지금 현장에는 절규의 목소리와 분노의 단식 농성만이 있다”며 “부작용과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바로 시행 연기뿐”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국회에서 토론회에서 “복지부가 제대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제도 시행을 강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제도 시행을 연기하고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정부가 마치 여야정이 맞춤형 보육 7월 1일 시행에 합의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우리당은 협의를 통한 대안 마련 전에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 동의한 바 없다. 폐해가 불 보듯 뻔한 맞춤형 보육을 졸속으로 시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맞춤형 보육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린이집 단체들은 예정대로 집단행동에 돌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어 보육 현장에서 혼란이 우려된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회장 장진환)는 23~24일 이틀간 계획했던 집단 휴원을 예정대로 강행할 계획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여야정의 합의문이 ‘검토’, ‘일부’ 등의 수사를 동원해 구체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 오히려 어린이집 원장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집단 휴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전국 1만 곳의 어린이집이 휴원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휴원 이후에도 정부가 맞춤형 보육을 강행할 경우에는 집단으로 시군구청에 영업중단 신청을 하고 어린이집 문을 닫을 계획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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