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개국 통역 앱 개발” “금·은 값 오르니 골드바 투자를” 그럴듯한데
상반기 유사수신 피해 298건… 지난해 비해 신고 2.4배 급증저금리 속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유사수신 행위가 올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 건수는 2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건)보다 2.4배 늘었다. 수사 당국에 통보된 건수도 6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39건)보다 25건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비상장 주식 등 증권투자, 노인 의료기기, 아동 완구 판매 등 유사수신의 전형적 수법이 39.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반인에겐 생소한 금융기법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고 선전하거나 합법 협동조합이나 해외 유명 다단계회사를 사칭하는 신종 수법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뉴질랜드 본사에서 FX마진거래(이종통화 간 환율 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외국환 거래)로 고수익을 내고 있다”며 최소 5000달러만 투자하면 월 5%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고 유인했다. B사는 “비트코인과 같은 국내 최초 가상화폐 개발사인데 초기 투자로 엄청난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며 투자를 부추겼다.
대부분 금융업으로 인가를 받거나 등록되지 않은 업체였지만 첨단 금융거래를 잘 아는 것처럼 속였다. 최근 금·은 등 희귀금속 가격이 상승세라는 점을 노려 골드바 유통이나 해외 보석 광산에 직접 투자를 권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페이스북을 개발해 운영 중인데 광고권을 사라”, “89개국 언어를 바로 통역할 수 있는 앱에 초기 투자하라”는 등 다소 황당한 수법도 등장했다. 금감원은 “합법적인 금융사는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며 자금을 모집하지 않는다”면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할수록 유사수신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환기시켰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6-08-09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