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신규 석탄발전소 설립에 생산단가 낮아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전기의 도매가격은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소비자들이 쓰는 전기요금에는 이런 도매가격의 인하가 거의 반영되지 않아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 공포에 떨고 있는데 비해 한국전력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 이미 6조3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등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9일 에너지 업계와 한전 전력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6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65.31원/㎾h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7월의 66.39원/㎾h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전달인 5월의 68.78원/㎾h보다도 3.47원/㎾h 더 떨어진 것이다.
7월의 SMP는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평균 66.80원/㎾h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6∼8월의 SMP는 각각 84.54원, 81.99원, 88.59원이었고 2014년에는 136.35원, 142.72원, 128.60원이었다. 또 더위가 극심했던 2013년에는 158.13원, 155.29원, 154.19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올 여름철의 SMP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올해는 평년보다 두 달가량 이른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전기 도매가격은 외려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에너지 업계는 이를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SMP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국제유가의 하락과 신규 석탄발전소 설립 등이 꼽힌다.
SMP는 구조적으로 전력 수요가 많을 때 가동되는 첨두발전인 LNG발전의 전력 생산단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료인 LNG 가격이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LNG발전의 단가도 낮아진 것이다.
또 지난달 발전용량 930㎿ 규모의 당진 화력9호 석탄발전기가 가동에 들어간 점도 SMP를 낮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렇게 SMP가 낮아져도 소비자들이 쓰는 전기 소매가격에 곧장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은 정부 승인을 거쳐 결정되는 정책적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기의 도매가격은 떨어지고 소매가격은 그대로이다 보니 한국전력은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약 46% 증가한 6조3천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LNG발전사들인 포스코에너지, SK E&S, GS EPS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4∼77% 감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 도매가격의 인하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SMP의 하락은 저유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몇 년 전에는 SMP가 200∼300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는데 SMP와 전기 소매가격을 연동하면 오히려 전력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MP가 높을 때는 한전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며 전기요금을 싸게 유지했고, 원가 회수율을 회복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7∼9월 한시적으로 시행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도 올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체 6단계의 누진제 가운데 4단계에 해당하는 전기를 썼더라도 3단계 요금을 적용했다.
그러나 에너지의 연료비와 연계하지 않는 전기요금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은 에너지 가운데 유일하게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 요금”이라며 “요금은 연료비가 싸지면 소비를 늘리고 비싸지면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하는 만큼 전기요금도 에너지 가격의 변동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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