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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다운계약서 막았더니 매수자에 ‘양도세 폭탄’

분양권 다운계약서 막았더니 매수자에 ‘양도세 폭탄’

입력 2016-09-06 07:26
업데이트 2016-09-0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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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 신고로 늘어난 매도자 양도세, 매수자에 전가

위례·서울 등 인기지역서 횡행…매수자 5천만∼6천만원 이상 추가 부담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42)씨는 지난달 위례신도시 분양권을 구입하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인터넷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니 분양가 대비 1억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는데 실제 문의 결과 총 1억5천만원의 웃돈을 요구한 것이다.

해당 중개업소는 “정부의 단속으로 다운계약서를 쓰기 어려우니 매도자(분양권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대신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이 씨는 분양권 매수를 포기하고 현재 살던 집의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이 씨는 “가뜩이나 프리미엄이 높은 곳인데 집주인이 내야 할 양도세까지 부담하라고 하니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일단 전세로 더 살다가 다른 집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인기 분양권 시장에서 매도자의 양도세를 매수자에게 떠넘기는 ‘세금 전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다운계약서 등 불법 거래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면서 분양권 시장에 ‘다운계약서’가 줄어든 대신 ‘양도세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의 P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현재 중간층 기준 1억5천만원 안팎의 웃돈이 붙어 있는데 실제 이 분양권을 구입하려면 최소 2억1천60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매도자가 내야 할 6천600만원(양도차익의 44%)의 양도세를 매수인이 대신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매수·매도자, 중개업소가 모두 웃돈을 1억원이 아닌 4천만∼5천만원으로 낮춰 실거래 신고를 하는 대신, 양도세는 파는 사람(매도자)가 부담해왔다.

매도자들이 양도세에 민감한 것은 분양권의 경우 일반 주택 양도세보다 세율이 높기 때문이다.

세법상 계약후 1년 미만의 분양권을 거래할 경우 매도자가 양도차익의 55%(10%의 지방소득세 포함), 1년 이상∼2년 미만인 경우 양도차익의 44%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만약 1년 미만의 분양권이라면 프리미엄이 1억원일 경우 절반이 넘는 5천500만원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위례신도시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그동안 매도자들이 관행처럼 다운계약서를 써서 양도세 부담을 줄여왔는데 갑자기 정부 단속 때문에 다운계약서 작성의 어렵게 된 이후부터는 실거래가 신고로 늘어나는 양도세를 매수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의 거래가 일반화되고 있다”며 “위례신도시에 입주하려는 수요가 많다 보니 이런 식의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당장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갑자기 커지다 보니 구입을 망설이기도 한다.

물론 일각에선 여전히 다운계약서 작성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종전에는 실제 프리미엄의 절반 이하로 낮춰 신고했다면 최근엔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고가를 정부 단속 전보다 높이는 방법을 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단속 전에는 프리미엄 1억원을 받고 신고가는 4천만∼5천만원으로 줄였는데, 요즘은 8천만원 정도로 올려서 신고한다”며 “위례신도시의 시세가 알려진 상황에서 종전처럼 가격을 내리면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금액을 약간 높여 신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억대’의 웃돈이 붙어 있는 하남 미사강변도시도 정부 단속 이후 ‘양도세 전가’가 공식처럼 굳어졌다. 이 때문에 웃돈을 포함한 분양권 시세가 결과적으로 종전보다 4천만∼5천만원씩 상승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H공인 관계자는 “정부 단속 이후 다운계약서를 못쓰다 보니 분양권 매수인들이 양도세를 대납하는 거래가 많아졌다”며 “매도인들은 매수인이 양도세를 내는 조건이 아니면 아예 팔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거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도 분양권 프리미엄에 양도세를 얹어 거래가 이뤄진다.

동탄2신도시의 P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매도자들이 분양가 3억8천500만원에다 양도세를 포함한 4천만∼7천만원의 웃돈을 요구한다.

계약후 6개월 뒤면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서울지역은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양도세 부담이 더 크다. 계약후 1년 미만의 분양권인 경우엔 양도차익의 55%라는 최고 세율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매제한이 풀린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60㎡짜리 분양권의 경우 매도자들이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최고 2억원의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

송파구 K공인 대표는 “양도세가 55%나 되다 보니 매도자의 경우 웃돈이 1억6천만∼2억원은 돼야 세금 빼고 최소 1억원은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며 “다운계약서 작성이 어려워지면서 전반적으로 프리미엄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실제 양도세가 매수자들에게 전가되면서 전반적으로 서울과 수도권과 같은 인기지역은 분양권 프리미엄이 계속해서 뛰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도한 양도세 전가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례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 증가분을 상쇄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웃돈을 올리는 분위기”라며 “다운계약서는 줄어들었지만 세금이 마치 시세로 굳어져 프리미엄이 과도해지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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