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주치의 철학 존중…국감장서 밝히겠다”
고(故)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심폐 정지’ 표현을 두고 결정적인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논란이 의료계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농민 백남기 씨는 서울대병원에서 317일 동안 투병 끝에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유족 측과 백남기대책위원회는 해당 사망진단서가 원칙을 위배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반면 법원과 경찰은 부검을 통해 이런 논란을 종식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대병원·대한의사협회 등에서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 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일 의료계 및 관련 유관단체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 외부 충격과 같은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우선 다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심장·폐·뇌 정지 등 ‘최종 신체적 사인’을 기록해야 할 지로 압축된다.
백 씨가 지난해 11월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 직후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됐으므로 현재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것처럼 심폐 정지를 사망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백남기대책위원회는 “백 씨의 사망 원인은 의학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며 당시 시위현장에서 촬영된 영상도 있으므로 물대포로 인한 ‘외상’ 등을 사망진단서에 명시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백 씨의 사망 종류를 외부 충격을 뜻하는 ‘외인사’가 아닌 질병으로 인한 ‘병사’로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의료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보라 서울동부병원 전문의(호흡기내과)는 “사람은 누구나 심장과 폐가 멈추면 사망한다”며 “따라서 심폐 정지를 사망 원인으로 몰아붙이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이번 백 씨 사망은 ‘외인사’로 기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서울대병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백 씨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은 “일각에서 사망진단서 작성에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으나 한 개인의 사망진단서에 외압이 들어갈 여지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모든 사망진단서는 객관적인 주치의 판단 아래 작성되는 것이 원칙이며, 이번 백 씨 사망진단서 역시 담당 주치의의 철학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백 씨의 유족 측과 대책위원회의 주장에 대해 서 원장은 간접적인 반대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현재 서창석 병원을 비롯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오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으며, 서울대병원 측은 이를 수용한 상태다.
서 원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국감장에서 모든 것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경찰과 법원의 객관적인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백 씨 사망진단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 ‘심폐 정지’를 사망진단서에 최종 사인으로 기록한 행위를 의협 사망진단서 내부 지침에 어긋난 것으로 간주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의협 관계자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고(故) 백남기 씨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사망 원인을 두고 부검 여부까지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유족들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최종 사인으로 ‘심폐 정지’를 명시한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환자가 있을 때 사망 원인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볼 수 있지만, 최종 사인은 ‘심폐 정지’로 기록할 수 있다”며 “사망 원인과 최종 사인을 반드시 동일하게 기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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