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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일페스타에도 전통시장 ‘썰렁’…백화점과 대조

코리아세일페스타에도 전통시장 ‘썰렁’…백화점과 대조

입력 2016-10-05 16:07
업데이트 2016-10-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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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백화점과 전통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도 전통시장 ’썰렁’…백화점과 대조
코리아세일페스타에도 전통시장 ’썰렁’…백화점과 대조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 중인 5일 백화점과 전통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은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몰리면서 호황을 누리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손님을 맞지 못해 텅 빈 상점들이 다수다. 사진은 이날 북적이는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왼쪽)과 썰렁한 전통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백화점은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몰리면서 호황을 누리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손님을 맞지 못해 텅 빈 상점들이 다수다.

서울 남대문·풍납·영동전통시장 상점들을 둘러본 결과, 30곳 중 25곳 정도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거나 이름은 들어봤지만 전통시장이 참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전통시장의 제품 경쟁력 약화, 상인들 간 갈등, 정부의 홍보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가 겹쳐 전통시장이 코리아세일페스타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의 한 인삼전문판매점 입구 앞에는 남성 직원 2명이 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손님 한 명 없는 매장 안에는 중국어로 제품 설명이 적힌 인삼 세트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처럼 보였지만, 두 남성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유커는 명동으로 가지 남대문 시장에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는 시장이 방문객들로 바글바글했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영향으로 방문객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번화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코리아세일페스타 광고판이나 현수막들이 남대문 시장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노점 실명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만 부슬비를 맞고 있었다.

최근 노점 실명제 도입으로 남대문 시장 내 점포상인과 노점상 간 갈등이 격해져 코리아세일페스타 분위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시장 관계자는 전했다.

노점상들이 실명제를 계속 거부하면 단속이 불가피해 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청도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 행사를 이달 말로 미뤘다고 전했다.

시장 관계자는 “노점 실명제에 따른 갈등 때문에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상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며 “특별 할인에 들어가는 남대문 상인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박영민(30) 씨는 특별 할인 행사를 하는 몇 안 되는 상인이다. 그의 매장 유리문에는 굵은 색 글씨로 ‘50% 세일’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고 입구에는 제품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전날 주말 나들이객이 증가하면서 하루 매출이 평균보다 20% 늘었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효과는 아니라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열린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그랜드세일 등의 행사를 통합해 지난달 29일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시작했으며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은 400여개의 시장을 참여시켜 전통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을 찾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 행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남대문 시장 상점의 하루 매출이 메르스 사태 전인 2014년과 비교해 30~50% 줄었다는 게 대다수 상인의 말이다.

기본적으로 백화점이나 면세점과 비교해 관광객들을 불러모을 상품이 부족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다.

20대 여성 프랑스 관광객은 “한국 방문 기념으로 60유로(7만4천원)에 선글라스를 샀지만, 브랜드도 없는 제품의 가격이 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정환(31) 씨는 “자가용을 타고 시장에 왔는데 주차장이 없어 먼 곳에 차를 세워두고 왔다”며 “주차공간 등 부대시설이 부족하고 시장에서 살 만한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특성상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통시장은 ‘흥정’을 통해 가격을 내리고 사실상 매일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할인 행사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파구 풍납 시장에서 농수산 식품매장을 운영하는 김재열(58) 씨도 “코리아세일페스타란 얘기를 오늘 처음 듣는다”며 “어차피 매일 세일을 하는데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대규모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에는 400여개 전통시장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중기청이 코리아세일페스타 효과를 확산하기 위해 선정하고 지원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 17개 거점시장은 대부분 호황을 보이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거점시장은 자갈치 축제 등 지역 행사와 연계해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하면서 규모 자체도 커지고 있다”며 “거점시장을 제외한 다른 시장의 경우 지원 인력 등이 부족하다 보니 미흡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기청 관계자는 “상인 간 갈등 등 시장 내부 사정 때문에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장이 있다”며 “중기청장 등이 앞으로 전국시장을 방문해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파악하고 상인들의 애로 사항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대문 시장에서 차로 3분 거리인 롯데백화점은 출입구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가족 단위로 온 중국인 관광객은 김수현, 최지우 등 한류 스타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1층 엘리베이터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사흘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0월 1∼3일)보다 12.1% 증가했다.

여성 의류 매장 매니저 송 모(여·45) 씨는 “전날 토요일을 맞아 손님들이 몰려 하루 매출이 1천만원에 달했다”며 “손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아르바이트생 2명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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