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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회사 돈 받은 미국 보건단체들 석연치 않은 행동

콜라회사 돈 받은 미국 보건단체들 석연치 않은 행동

입력 2016-10-12 10:52
업데이트 2016-10-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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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업계, 96개 단체에 거액 후원·전방위 로비 실태 국제아동단체도 입장 변경 의혹…국립보건원도 거액 받아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현지시간)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각국에 설탕세를 부과하라고 공식 권고했다. WHO는 설탕이 든 음료를 비롯해 설탕 함유 제품을 마음 놓고 섭취하는 것이 지구 전체의 사람들이 비만과 당뇨병 등에 시달리게 된 근본 원인이라며 관련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기만 해도 환자 수를 줄이고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부 국가나 지자체에서 어렵사리 진행돼오던 설탕세 부과 등 규제 조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콜라 회사 등 음료업계가 미국내 96개 유명 보건단체 등에 거액의 후원금을 주며 전방위 로비를 벌였으며, 이들 단체가 석연치 않은 행동을 했음을 드러내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2일 의학전문지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보스턴대학 의대 마이클 지겔 교수팀은 설탕세 등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음료업계의 후원과 로비 실태를 낱낱이 추적한 결과를 미국예방의학회지(AJPM)에[http://www.ajpmonline.org/article/S0749-3797(16)30331-2/fulltext] 게재했다.

설탕업계가 50년 전 하버드대 연구자들에게 돈을 주고 심장질환 주범을 설탕이 아닌 지방으로 몰아가도록 한 사실이 최근 폭로된 바 있다. 또 그동안 탄산음료 업체들의 후원과 로비, 연구결과의 편향 등이 일부 드러나 보도된 일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지겔 교수팀의 이번 조사결과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들까지 샅샅이 찾아내 실태를 종합 정리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당뇨협회(ADA)는 2012~2014년 14만 달러, 미국심장협회(AHA)는 2010~2015 40만 달러의 코카콜라 후원금을 받았다. 당뇨병이나 심장질환과 비만 관련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협회들지만 설탕이 잔뜩 들어간 탄산음료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에는 동참하지 않거나 소극적이었다.

뉴욕시가 2012년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 금지 입법을 추진할 당시 미국 ‘영양 및 식이요법학회’(AND)는 지지하지 않았다. 이 학회는 2012~2013년 코카콜라에서 87만5천달러(9억8천만원)를 받았다.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009년까지 아동 비만 등의 주범 중 하나인 탄산음료에 과세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지지했으나 2010년 갑자기 지지 활동을 중단했다. 그해에 펩시콜라로부터 500만 달러(약56억원)를 후원받고 코카콜라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와 히스패닉연맹(HF)은 흑인과 히스패닉계 비만율이 매우 높은데도 탄산음료 규제 조치에 반대했다. 코카콜라는 2010년부터 이들 단체에 160만달러 이상 후원금을 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8월 비영리단체 국제에너지균형네트워크(GEBN) 창설에 140만달러를 후원하고 창설자 중 2명의 연구에 4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이 단체는 비만과 관련한 음식과 탄산음료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공중보건 정책에 영향력 있는 단체나 기관들이 음료업계 후원을 받는 것은 이해상충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단체들이 이제는 담배산업계 돈은 받지 않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아직 이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 정부기관까지 음료업계 후원금 받아 = 지겔 교수팀이 2011~2015년 5년간, 미국에서 벌어진 일만 찾아내 정리했는데도 96개 단체가 음료업계 후원을 받았다. 이후 상당수가 탄산음료 규제 입장을 바꾸거나 석연치 않은 행동을 하거나 침묵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인이나 전문가단체, 국제적 공신력있는 단체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심지어 정부기관인 국립보건원(NIH)이 400만달러,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거액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겔 교수팀이 집중 추적한 기간은 미국 내에서 비만과의 전쟁을 위해 탄산음료세 부과 등 여러 규제의 도입을 추진된 시기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등 거대 업체와 이들이 속한 미국음료협회(ABA)는 각종 단체에 거액의 후원금을 주고, 탄산음료 규제 조치 반대 광고와 로비에 돈을 뿌리며 필사적으로 매달려 왔다.

이 같은 논문 내용이 미국 언론에 보도된 이후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2011년부터는 아동보건교육 등에 활동 중점을 두기로 한 것뿐이며 음료업체 지원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당뇨협회는 “우리는 1형당뇨(선천성 또는 소아당뇨)와 자가면역질환 예방이 주목적”이라고 밝혔다. 탄산음료는 비만 등이 원인인 2형당뇨(성인당뇨)와 관련 있다는 식의 궁색한 설명이다.

업계의 여론 조작과 로비 공세는 끈질기고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0일 음료협회는 탄산음료세 반대글을 트위터로 날리는 영양사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코카콜라가 같은 일을 하다 강력한 비판을 받고 중단을 선언했으나 협회가 같은 일을 하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서다.

2011년 필라델피아시가 탄산음료세 입법을 추진하자 음료업계는 법안을 철회하면 시 아동병원에 1천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조례를 폐기하고 협회는 기부금을 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결국 조례가 통과되자 협회 측은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달에 최소 미국 내 4개 도시에서 탄산음료세 부과 등 조례 찬반 투표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음료협회와 주요 업체들은 반대 광고에만 수백만달러를 쓰며 저지 로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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