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창업주의 두 아들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올해 6월 이후 4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를 받고 겨우 한숨 돌린 롯데가 다시 ‘최순실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만약 검찰 등이 의심하는 대로 롯데가 청와대와 최순실 측에 지난해 잠실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이나 올해 특허 ‘부활’을 대가로 출연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신동빈 회장은 제삼자 뇌물 공여죄로 추가 기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벌써 재계에서는 “롯데가 잠실 면세점 부활에 너무 집착하다가 경영권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잠실점 부활 총력전’으로 의혹 자초…“로비 없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과 송파구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내 잠실점은 지난해 면세점 특허권 만기 도래로 특허권 재승인을 위한 공개경쟁을 치렀다.
그 결과 본점은 특허를 지켰지만, 잠실점(월드타워점)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롯데면세점 뿐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탈락 당시 잠실점의 연 매출은 5천억 정도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롯데 소공점, 장충동 호텔신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또 잠실점 매장에서 일하는 롯데면세점·협력업체 직원만 1천200명에 이른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이처럼 영업·고용 측면에서 타격이 워낙 크다 보니, 롯데그룹과 롯데면세점은 이후 ‘잠실점 부활’을 위해 사활을 거는 분위기였다. 당장 내년 초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해야하는데, 월드타워 관광객 유치 등에 결정적인 면세점을 비워놓고 문을 열 수 없다는 고민도 더해졌다.
탈락 직후 면세점 업계에서는 “삼성동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가 2017년 끝나면 재승인을 신청하고, 관세청과의 협의 등을 통해 입지를 잠실 롯데월드몰로 옮기면 잠실점을 되살릴 수 있다”는 현실적 대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잠실점을 비워놓고 1년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롯데가 ‘면세점 특허 추가’를 목표로 잡고 무리하게 여론몰이와 정관계 상대 설득에 나서 결국 자기 발목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실제로 탈락 직후인 올해 초 잠실점 직원들은 수차례 국회 앞에서 피켓 집회를 열어 고용 불안을 호소했고, 비슷한 시점에 업계에서는 “롯데 대외협력 조직이 잠실점 특허 재승인을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롯데 대관 활동과의 관련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3월 31일 결국 ‘5년 한시 특허제 철폐’ 등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내놨고 한 달 후 4월 29일 관세청은 “한류 확산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한다”며 서울 시내 4개 면세점 특허권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24일 롯데그룹 최고위층 관계자들이 롯데면세점 승인 현안과 관련, 올해 1월까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접촉한 정황이 담긴 롯데 자료를 검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 전 경제부총리는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롯데와 접촉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며 부인했고, 롯데면세점도 “신규 특허 추가는 글로벌 경쟁 사업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로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정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을 대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줬다면 6월에 어떻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허권 추가가 이뤄져 상대편이 돈을 돌려줄 이유가 없는데도 반납한 자체가 이른바 ‘면세점 로비’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연말 롯데면세점이 최순실 씨가 만든 미르재단에 출연한 28억 원에도 ‘대가성’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올해 연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 자체가 취소 또는 연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만약 입찰이 강행된다 해도 심사위원들이 관련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롯데나 SK에게 과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 신동빈, 뇌물 혐의 추가되면 타격 불가피
롯데그룹으로서는 이 ‘면세점 의혹’이 번질 경우 잠실점 부활의 꿈이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신 회장은 4개월여의 수사를 거쳐 이미 지난달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앞으로 최소 1년여 동안 재판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 만에 하나 롯데와 청와대 또는 최순실 측과의 돈거래에서 면세점 선정 등과 관련한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신 회장은 ‘제삼자 뇌물 공여죄’로 다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롯데면세점은 미르재단에 28억 원, 롯데케미칼은 K스포츠재단에 17억 원을 출연했고, 롯데그룹 6개 계열사는 올해 5월 말 추가로 K스포츠에 70억 원을 기부했다가 그룹 압수수색(6월 10일) 바로 직전에 돌려주기도 했다.
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만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면세점 제도개선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4월 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계획이 발표된 점에 대해서도 “시점이 매우 절묘하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신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직후 한·일 롯데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본사로 날아가 “기소에도 불구하고 대표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이사회 지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추가로 기소될 경우, 더구나 ‘뇌물죄’ 혐의가 더해진다면 홀딩스 이사회가 계속 신 회장을 그룹의 총수, 원 톱(One Top)으로 인정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대로 일하지 않은 총수 일가에 월급을 줬다고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과, 정권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되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일본 홀딩스 이사진도 뇌물죄의 경우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만약 검찰 등이 의심하는 대로 롯데가 청와대와 최순실 측에 지난해 잠실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이나 올해 특허 ‘부활’을 대가로 출연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신동빈 회장은 제삼자 뇌물 공여죄로 추가 기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벌써 재계에서는 “롯데가 잠실 면세점 부활에 너무 집착하다가 경영권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잠실점 부활 총력전’으로 의혹 자초…“로비 없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과 송파구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내 잠실점은 지난해 면세점 특허권 만기 도래로 특허권 재승인을 위한 공개경쟁을 치렀다.
그 결과 본점은 특허를 지켰지만, 잠실점(월드타워점)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롯데면세점 뿐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탈락 당시 잠실점의 연 매출은 5천억 정도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롯데 소공점, 장충동 호텔신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또 잠실점 매장에서 일하는 롯데면세점·협력업체 직원만 1천200명에 이른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이처럼 영업·고용 측면에서 타격이 워낙 크다 보니, 롯데그룹과 롯데면세점은 이후 ‘잠실점 부활’을 위해 사활을 거는 분위기였다. 당장 내년 초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해야하는데, 월드타워 관광객 유치 등에 결정적인 면세점을 비워놓고 문을 열 수 없다는 고민도 더해졌다.
탈락 직후 면세점 업계에서는 “삼성동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가 2017년 끝나면 재승인을 신청하고, 관세청과의 협의 등을 통해 입지를 잠실 롯데월드몰로 옮기면 잠실점을 되살릴 수 있다”는 현실적 대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잠실점을 비워놓고 1년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롯데가 ‘면세점 특허 추가’를 목표로 잡고 무리하게 여론몰이와 정관계 상대 설득에 나서 결국 자기 발목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실제로 탈락 직후인 올해 초 잠실점 직원들은 수차례 국회 앞에서 피켓 집회를 열어 고용 불안을 호소했고, 비슷한 시점에 업계에서는 “롯데 대외협력 조직이 잠실점 특허 재승인을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롯데 대관 활동과의 관련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3월 31일 결국 ‘5년 한시 특허제 철폐’ 등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내놨고 한 달 후 4월 29일 관세청은 “한류 확산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한다”며 서울 시내 4개 면세점 특허권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24일 롯데그룹 최고위층 관계자들이 롯데면세점 승인 현안과 관련, 올해 1월까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접촉한 정황이 담긴 롯데 자료를 검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 전 경제부총리는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롯데와 접촉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며 부인했고, 롯데면세점도 “신규 특허 추가는 글로벌 경쟁 사업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로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정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을 대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줬다면 6월에 어떻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허권 추가가 이뤄져 상대편이 돈을 돌려줄 이유가 없는데도 반납한 자체가 이른바 ‘면세점 로비’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연말 롯데면세점이 최순실 씨가 만든 미르재단에 출연한 28억 원에도 ‘대가성’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올해 연말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 자체가 취소 또는 연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만약 입찰이 강행된다 해도 심사위원들이 관련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롯데나 SK에게 과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 신동빈, 뇌물 혐의 추가되면 타격 불가피
롯데그룹으로서는 이 ‘면세점 의혹’이 번질 경우 잠실점 부활의 꿈이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신 회장은 4개월여의 수사를 거쳐 이미 지난달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앞으로 최소 1년여 동안 재판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 만에 하나 롯데와 청와대 또는 최순실 측과의 돈거래에서 면세점 선정 등과 관련한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신 회장은 ‘제삼자 뇌물 공여죄’로 다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롯데면세점은 미르재단에 28억 원, 롯데케미칼은 K스포츠재단에 17억 원을 출연했고, 롯데그룹 6개 계열사는 올해 5월 말 추가로 K스포츠에 70억 원을 기부했다가 그룹 압수수색(6월 10일) 바로 직전에 돌려주기도 했다.
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만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면세점 제도개선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4월 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계획이 발표된 점에 대해서도 “시점이 매우 절묘하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신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직후 한·일 롯데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본사로 날아가 “기소에도 불구하고 대표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이사회 지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추가로 기소될 경우, 더구나 ‘뇌물죄’ 혐의가 더해진다면 홀딩스 이사회가 계속 신 회장을 그룹의 총수, 원 톱(One Top)으로 인정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대로 일하지 않은 총수 일가에 월급을 줬다고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과, 정권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되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일본 홀딩스 이사진도 뇌물죄의 경우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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