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주회사의 열쇠는 ‘자사주 의결권+주식 스와프’

삼성 지주회사의 열쇠는 ‘자사주 의결권+주식 스와프’

입력 2016-11-30 15:14
수정 2016-11-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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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일가 홀딩스 지분 최대 40% 목표…지주사는 지분 30%로 사업회사 지배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기업 구조의 최적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주회사 전환의 예상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대체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지주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 과정을 밟으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총수) 일가는 상대적으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 시나리오를 통해 이 부회장 등 지배주주가 삼성전자 홀딩스 지분을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 홀딩스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도 최대 30% 가까이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자사주와 주식 스와프가 지주사 체제 굴리는 ‘두 바퀴’

여기에는 일명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는 자사주 의결권 부활과 주식 스와프라는 두 가지 절차가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첫 단계는 인적분할이다. 이는 물적분할과 함께 기업 분할 방식의 하나다.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통상 사업회사) 주식을 배정받는다.

예컨대 현재 삼성전자 지분 10%를 가진 주주라면 인적분할 후 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씩을 나란히 쥐게 된다.

이와 달리 물적분할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기존 주주가 아닌 기존 회사(분할회사)가 소유하게 된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이란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법인이 보유한 자사 주식인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하면 통상 지주회사에 사업회사의 자사주까지 몰아서 배정한다.

이렇게 지주회사에 배정된 사업회사 주식은 더 이상 자사주가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많이 활용한 방법이다. 경영에 아무런 영향력을 갖지 못하던 자사주를 지배력 확보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보통주인 자사주 비율이 12.78%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삼성전자 홀딩스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 12.78%를 확보한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 20%(상장회사의 경우·비상장회사는 40%)를 확보해야 하는데 자사주만으로 절반 이상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측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주식 스와프다.

분할 후 삼성전자 홀딩스는 일반 주주들을 상대로 공개매수를 통한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

이때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최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삼성전자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다 현물로 내놓고 그 가치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홀딩스의 신규 발행 주식을 받을 수 있다.

◇ 일반투자자는 홀딩스 주식엔 무관심…오너에겐 ‘지배력 위한 보물’

일반 투자자는 지주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돈을 벌어들이고 기업가치나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큰 사업회사라면 몰라도 지주회사는 일반인에게 투자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즉, 쉽게 말하면 오너 일가는 사업회사 지분을 홀딩스 지분과 바꿔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인 셈이다.

일반투자자에게는 홀딩스 지분이 매력적이지 않지만, 오너 일가에는 지배구조를 위해 매우 중요하므로, 사업회사 지분을 내던지고 홀딩스 지분을 택하는 구조인 셈이다.

일반주주는 사업회사 지분을 갖고 배당 등을 받아 주주로서의 권리를 누리면 되고, 오너가는 일반주주에게 의미가 없는 홀딩스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함으로써 양쪽이 모두 ‘윈윈’하는 원리가 작동되는 셈이다.

이 과정은 형식상 공개매수에 지배주주가 참여하는 모양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바꾸는 셈이 되기 때문에 주식 스와프라고 불린다.

이처럼 ‘주식 현물 출자→신주 인수’를 거치면 이 부회장 쪽은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9월 말 기준 이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치면 17.86%(삼성생명 보유 특별계정 0.58% 제외)인데 인적분할 후 받을 삼성전자 사업회사 주식 17.86%를 지주회사 주식으로 바꾸면 이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사업회사 주식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한 뒤 그 값에 해당하는 지주회사 주식을 배정하는데 사업회사의 주가가 지주회사 주가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 홀딩스는 지배주주한테 받은 사업회사 지분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려 자회사 지분 요건을 맞출 수 있다.

이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모두 주식 스와프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 홀딩스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자사주(12.78%)까지 합쳐 3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생명의 경우 자산비율의 3% 이상을 계열사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보험업법 조항이 주식 스와프 참여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 경제민주화법안 입법 땐 ‘지주사 시나리오’ 흔들릴 수도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데 큰 변수가 있다. 정치권에서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이 그것이다.

국회에는 지주회사 전환 때 자사주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자사주는 회사와 주주의 자산인데 이를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서 핵심적인 키(key)는 자사주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때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지 않으면 삼성전자로서는 12.78%라는 지분이 날아가는 셈이다. 그러면 삼성전자 홀딩스는 직접 주식을 사들여 사업회사 지분 20% 요건을 맞춰야 한다.

이들 법안이 실제 입법화되느냐가 삼성전자로서는 지주회사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많이 작아질 텐데 이 경우 헤지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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