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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 마리 살처분에 주춤해진 AI…이젠 안심해도 되나

3천만 마리 살처분에 주춤해진 AI…이젠 안심해도 되나

입력 2017-01-03 10:25
업데이트 2017-01-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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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신고 하루 10여건→1∼2건으로 감소…‘최단기간 종식’ 기대2014년 1∼7월 195일간 지루한 살처분…지자체 “안심하기 일러” 긴장

발생 50일이 안돼 무려 3천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이 주춤하고 있다.

최근 들어 축산 방역 당국에 접수되는 의심 신고는 전국적으로 많아야 하루 1∼2건에 그치고 있다. AI 확산세가 절정일 때 하루 10여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기세가 한풀 꺾인듯한 양상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AI 발생 추세를 일주일 내에 진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총력 대응을 당부했던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 AI 의심 신고 0~2건…“진정 국면 접어들어”

작년 11월 16일 AI가 처음 발생한 후 3일 0시까지 48일동안 살처분된 가금류는 3천33만 마리에 달한다. 국내 전체 가금류 사육 규모(1억6천525만 마리)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의심 신고가 하루 평균 0~2건으로 뜸해진 지난달 27일 이후의 살처분 마릿수는 전체의 12.8%(384만 마리)에 그칠 정도로 점차 그 수가 줄고 있다.

의심 신고가 하루 10여건씩에 달했던 때에 비하면 엿새째 AI 진정국면이 이어진 것이다. 축산 방역당국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AI 발생 건수가 수그러든다는 점에서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일부 지자체도 계속된 살처분과 차단 방역 확대 조치에 따라 AI가 더는 급속히 확산하는 국면에서 벗어났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는 의심 신고가 뜸해진 게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여전히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AI가 전국을 휩쓸던 2014년 1∼7월 살처분이 195일간 지루하게 이어졌던 ‘악몽’을 떠올리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방역 당국 얘기다.

당시 1천396만1천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는데, 첫 발생 후 이듬해 3월 초까지 40여일간 살처분된 가금류는 715만 마리였다. 그러던 것이 그해 7월 말까지 681만1천 마리가 추가로 매몰 처리되면서 AI 사태가 장장 6개월간 지속됐다.

비록 의심 신고가 줄었지만 AI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발생 건수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낙관하진 않을 것”이라며 “(아직 AI가 확산하지 않은) 경남·북 지역 농가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도 “전과 비교하면 확진 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AI가 수그러드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일에도 AI 발생지역 방역대에 포함된 안성시 대덕면의 산란계 농장(38만9천 마리)과 화성시 남양읍 산란계 농장(34만8천 마리)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AI가 터졌다 하면 매일 수십만 마리씩 살처분해야 하는 대규모 농장이 많은 곳이다.

2일까지 도내 11개 시·군 159개 농가의 가금류 1천404만3천 마리를 살처분했지만 AI 발생 전 마릿수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AI에서 지켜야 할 가금류가 많은 터라 긴장감을 풀 수 없는 처지다.

경남 역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의 가금류는 사육농가는 8천269개, 사육두수는 1천374만7천 마리에 달한다.

작년 말 양산과 고성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후 13개 농장의 닭·오리 22만1천 마리를 살처분됐다. 이 이후 의심 신고가 뜸해졌지만 AI가 터지면 대량 살처분이 불가피해진다.

경남도 관계자는 “추가 의심 신고가 없다고 해서 AI 발생 위험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며 “경각심을 갖고 AI 방역 체계를 심각 단계에 준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발생하지 않은 경북 역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살처분이 시작되기 전 사육된 닭이 3천525만6천 마리, 오리 10만6천 마리에 달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사육 규모를 유지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 규모가 작은 경남도와 경북도는 산란계 밀집지역에 달걀 운반 전용차량을 배치하고 달걀 운반판 소독 등을 철저히 하는 등 AI 차단 방역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도 “작년 12월 30일 이후 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가 없지만, 드문드문 AI가 발생했던 기존 추세에 비춰볼 때 AI가 주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고(高高)병원성인 H5N6형 AI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최단 기간에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의심 신고가 뜸해진 건 AI 바이러스 전파가 수그러든 것이라는 얘기다.

충북대 모인필 교수는 “살처분이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일단 발생 건수는 줄었으니 진정됐다고 본다”며 “황 대행이 총력대응을 지시한 후 군대하고 경찰이 동원됐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108개 농장, 392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된 충북에는 오리 대부분이 살처분돼 평상시 사육 규모의 불과 4% 수준인 5만3천 마리만 남아 있다. 닭 역시 평상시 65% 수준인 718만 마리만 살았다.

가금류 사육 농장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살처분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더는 전염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AI 확산세도 꺾일 것이라는 게 충북도의 분석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AI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10㎞ 안쪽 방역대의 닭·오리 입식도 전국적으로 금지됐다. 출하 후 입식이 어려워진 만큼 사육 마릿수는 계속 줄고 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AI 발생 시·도에서 새끼오리나 병아리를 입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역학관계에 따른 차단 방역에 나선 게 유효했던 것 같다”고 가했다.

충남 역시 지금까지의 차단 방역을 유지한다면 AI가 조기 종식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지역에서는 작년 11월 말 천안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된 후 전체 사육두수의 10%가량인 493만 마리의 닭과 23%가량인 14만9천 마리의 오리가 살처분됐지만 그 이후 의심 신고는 없다.

충남도 관계자는 “달걀 운반 차량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의심 신고가 줄어든 것 같다”며 “농가를 중심으로 한 차단 방역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 ‘계란 대란’은 계속 확산…“종식 선언까지는 먼 길”

의심 신고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이미 살처분된 가금류가 3천만 마리에 육박하고 전체 산란계의 30% 이상이 도살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번 AI로 인한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번 AI는 가금류 중에서도 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가 본 피해가 컸던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내 전체 산란계 사육규모의 32.1%에 해당하는 2천245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의 경우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41만 마리가 도살됐다.

병아리가 산란용 닭으로 자라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계란 수급 불안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계란값은 AI 발생 전과 비교하면 2~3배 가까이 급등했고 그마저도 물량이 부족해 일선 매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이런 ‘계란 대란’ 사태는 명절 음식 장만 등으로 계란 소비가 많아지는 설(1월 28일) 연휴를 전후해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AI가 진정됐다는 것이 의심 신고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지 AI로 인한 여파가 가라앉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번 AI로 인한 ‘계란 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송창선 교수도 “아직 겨울 초기이고 AI에 감염된 철새가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어 (3개월간 신규 발생이 없어야 가능한) AI 종식 선언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고양이 AI 감염과 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경규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황 대행 지시 후 인력이 효과적으로 동원되고 살처분 작업이 빨리 이뤄지면서 발생 건수도 줄고 전체적 상황도 나아졌다고 조심스럽게 판단한다”면서도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인필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2월 말까지는 계속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오리의 경우 AI에 걸려도 닭과 달리 쉽게 안 죽고 AI 전파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역별·축종별로 맞춤형 방역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종구, 김선경, 변지철, 손상원, 심규석, 이승형, 임보현, 최찬흥, 한종구, 홍인철, 정열, 정빛나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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