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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억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요동치는 금융권

6천억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요동치는 금융권

입력 2017-01-04 15:56
업데이트 2017-01-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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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KT ENS 이후 최대 규모…법적 분쟁까지 비화할 듯

반복되는 대출사고…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미비

미국 금리 인상,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불거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으로 금융권이 요동치고 있다.

동양생명과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 10여 곳 이상이 엮인 5천억∼6천억 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는 모뉴엘, KT ENS 사태에 이어 규모가 가장 큰 사기 대출 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금융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데다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영업 행태가 대출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2금융권 10여곳 6천억원대 육류담보대출

육류담보 대출은 소고기 등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만기가 2∼3개월로 짧지만 연 6∼8%에 달하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육류담보 대출을 3천800억원 규모로 취급하고 있는 동양생명은 한 육류 유통회사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자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여러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에 동양생명 외에도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한국캐피탈, 조은저축은행, 세람저축은행, 전북은행 등이 얽혀 있다. 제2금융권의 육류담보대출 규모는 2천억∼3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육류담보대출은 동산담보대출 중에서도 ‘양도담보대출’에 해당해 담보물 등기를 할 필요가 없다.

등기부 등을 통해 담보가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지, 담보물이 얼마나 저당 잡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여러 금융회사에서 같은 담보로 돈을 빌린 사기 행각이 일어났다.

은행들은 동산담보대출을 하더라도 담보물 등기가 용이한 공장 내 제조기계, 가축, 철근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데 제2금융권은 유통기한이 짧은 육류의 특성 등을 들어 등기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사기 대출 정황이 드러나자 금융감독원은 동양생명에 지난달 27일부터 직원들을 급파해 현장검사를 하고 있다.

금감원은 동양생명 등이 왜 담보 등기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는지, 담보확인증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물론 내부통제 과정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선순위 채권 인정하지 않아 법적 다툼 전망…수입 쇠고기 유통 차질도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된 담보물에 대한 복수의 채권자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될 동양생명은 담보물이 다른 금융기관에 저당 잡힌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출해줬다가 나중에 복수로 저당 잡힌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금융기관도 마찬가지여서 한 담보물을 두고 여러 채권사가 다툼을 벌이게 생겼다. 육류담보대출은 먼저 대출을 해줬다고 해서 우선으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선순위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동양생명은 문제가 된 담보물에 대한 선순위권을 주장하며 다른 채권사와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동양생명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우리가 최초로 담보설정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담보물이 우리 물건이 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공동대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초로 담보 설정했다며 동양생명이 내세운 근거는 창고업체의 증언 수준이어서 법적 효력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고 어차피 선순위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동양생명이 얼마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설 연휴를 앞두고 수입 육류의 유통에 차질도 우려된다. 문제가 된 육류는 대부분 쇠고기이고 돼지고기는 일부다.

유통업체가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창고에 보관 중인 육류를 꺼내 유통할 수 없다.

동양생명이 이날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한 점도 이런 점과 관련됐다.

동양생명은 유통업체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더라도 육류를 내다 팔 수 있게 하고 그 판매금으로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담보물의 채권사가 동양생명 한 곳인 경우이고 복수의 채권사가 있는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채권사들이 너도나도 담보물의 소유권을 주장해 일정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저당 잡힌 수입 육류는 계속 창고에 묶이게 된다.

문제가 된 담보대출의 규모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동양생명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려면 1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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