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 손 본다더니…인력부족에 졸속추진 논란

정신병원 강제입원 손 본다더니…인력부족에 졸속추진 논란

입력 2017-01-06 09:24
수정 2017-01-0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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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의학회 “민간병원 동원은 개정안 취지에 역행”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등을 개선하고자 마련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시행 5개월을 앞두고 졸속 추진 논란에 휩싸였다.

개정안은 강제입원 진단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이 담당하고 이 가운데 1명 이상은 국공립병원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보호자 2명의 동의 또는 보호자 1명과 의사 1명의 소견만 있으면 강제입원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강제입원 진단에 참여할 국공립병원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민간병원 의사로 대체하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6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각 지자체에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에 따른 진단의사제도 시행 준비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이 제도의 시행 초기 국공립병원 전문의의 진단이 어려운 지역은 지정병원(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 전문의가 강제입원 진단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시·도 진단의사제도 시행계획’이 포함됐다.

당장 국공립병원의 전문의 채용을 늘려 연간 13만여건에 이르는 강제입원 진단 수요에 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단계적으로 국공립병원 전문의의 진단 참여를 확대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런 복지부의 방침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환자의 인권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당초 개정안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에서 “강제입원 절차에 국공립병원 전문의를 참여시킨 것은 국가가 나서 환자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겠다는 의미”라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안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민간병원 동원을 추진한다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회는 “정부의 안이한 현실인식으로 개정안 시행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정안에 따라 입원 절차는 강화됐지만, 여기에 필요한 인력이나 예산에 대한 논의는 수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병원 정신과 의사들 역시 과중한 진료 부담을 안고 있는 처지여서 강제입원 진단 업무까지 담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학회는 “현시점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결국 입원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퇴원해야 하는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환자의 인권보장과 치료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병원, 사법부 등 어디에서 강제입원 절차를 담당해야 바람직한지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안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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