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가 저소득층…“새로운 건강 취약계층 될 수도”
한국의 1인 가구는 1990년 9%에서 2015년 27.1%로 세 배 이상 늘었다. 고령화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향이다.이런 상황 변화 속에 1인 가구가 ‘건강 취약계층’으로 떠오를 위험이 있다며 이들의 다양한 특성에 맞는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유진 부연구위원의 ‘1인 가구, 신 건강 취약계층으로의 고찰 및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1~6기(1998~2014년)를 분석한 결과, 1인 가구는 20~30대 청년, 65세 이상 여성, 40~50대 중년 남성 계층에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고소득 1인 가구가 많아 경제를 이끄는 한 축이 됐지만, 한국은 1인 가구의 45.1%(2014년 기준)가 저소득층으로, 2인 이상 가구(10.9%)보다 저소득층 비율이 훨씬 높다.
1인 가구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아플 때 간호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을 혼자 사는 데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꼽았다.
지속적인 외식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영양 불균형, 만성위염 등의 건강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이나 대인 기피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급증한 1인 노인 가구에 대한 관심과 제도는 어느 정도 마련돼 있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청·중년층 가구는 실업과 빈곤, 주거 불안정 등을 겪으며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구성원들의 이질성과 다양성이 가장 큰 청년층 1인 가구 중에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기 보다는 직장이 불안정하거나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는 비중이 다인 가구보다 높다.
1인 가구 10명 중 9명은 혼자 식사를 하면서 대충 때우거나,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다는 응답이 55%였고, 메뉴도 라면, 빵,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이 주를 이뤘다.
특히 20대 1인 가구에서는 주류 소비가 급증했다. 20대 1인 가구의 다소비 식품 중 주류는 1998년 13위에서 2014년 2위로 껑충 뛰었다. 실제 20~30대의 고도 비만율도 2002년 2.5%에서 2013년 4.2%로 늘었다.
노후 준비가 열악하고 실업률이 높은 중년 1인 가구의 만성질환율은 64.8%로 다인가구(44%)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았고, 우울 의심률 27%(다인가구 8.8%), 자살생각 13.9%(다인가구 3%)로 정신건강 상태도 다인가구보다 나빴다.
보고서는 증가하는 1인 가구의 건강 문제는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노인이 아닌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며 연령과 성, 경제적 능력 등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