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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 1천원, 식당 5천원…소주가격 왜 이러나

출고 1천원, 식당 5천원…소주가격 왜 이러나

입력 2017-02-01 09:38
업데이트 2017-02-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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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42)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고깃집에서 친한 친구들과 회식을 한 뒤 계산을 하려다 소주 한 병 가격이 5천원으로 찍혀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4명이 삼겹살 8인분과 소주 6병을 먹었는데 가격이 15만원에 육박했다.

바가지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든 이 씨가 식당 주인에게 “소줏값이 언제 이렇게 올랐냐”고 묻자 “병당 5천원으로 오른 지 좀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서울·수도권 식당을 중심으로 소주 한 병 가격이 기존 4천원에서 5천원으로 한꺼번에 1천원이나 오르다보니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는 병당 1천15.70원이다.

이는 출고원가 476.94원에다 주세 343.40원, 교육세 103.02원, 부가세 92.34원이 포함된 가격이다.

공장 출고가가 참이슬보다 약간 싼 1천6.5원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이런 구조는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1천원대 초반에 출고된 소주는 일종의 중간 유통상인 주류 도매장으로 넘어가고 전국에 약 1천300개가 있는 도매장은 병당 약 300~400원의 마진을 붙여 식당과 같은 일선 소매점으로 넘긴다.

일선 식당이 도매장에서 소주를 넘겨받을 때의 가격은 병당 1천300~1천400원대에 불과한 셈이다.

결국 1천원대에 불과하던 소줏값은 식당으로 건너온 뒤 최종 소비자들에게 팔릴 때에야 병당 5천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 붙어 팔려나간다.

한 소주업체 관계자는 1일 “소주업체가 3~4년만에 한 번씩 가격을 올릴 때의 인상폭은 병당 몇십 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것이 식당으로 건너가면 몇천 원씩 마진이 붙어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당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주 소비자가란 것이 단순히 술 자체의 가격만이 아니라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모두 반영된 가격이라는 것이다.

종로구의 한 고깃집 사장은 “요즘 떼돈 버는 음식점이 얼마나 되느냐”며 “경기 불황으로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도 다 어려운 상황이고 그나마 소줏값이라도 좀 인상해 손해를 덜 보자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중구의 A식당 주인도 “소주업체가 가격을 올릴 때마다 소비자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두세 번 올릴 때까지 소비자가를 묶어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올리기 때문에 인상폭이 큰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아무리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가 올랐다 하더라도 출고가가 1천원 안팎에 불과한 소주를 식당에서 5천원이나 받아먹는 것은 식당 주인들이 임대료 인상 등을 핑계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회사원 최모(39) 씨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출고가와 소비자가 차이가 4천원이나 나는 건 중간에 그만큼 마진을 남겨먹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라며 “정확한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률을 밝히지 않는 이상 식당 주인들의 말을 100% 믿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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