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핑계로 치킨값 인상… 회초리 든 정부

AI 핑계로 치킨값 인상… 회초리 든 정부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7-03-12 18:06
수정 2017-03-13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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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원가 비중 10%도 안 돼”

업계 협회장 8명 불러 경고 방침
비축 냉동닭고기 2000t 풀기로
너무 올랐‘닭’
너무 올랐‘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고기 산지 가격이 최근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에서 7000원대의 생닭을 팔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생닭 가격은 ㎏당 2690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핑계로 치킨 값을 올리려는 외식 업계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는 가격 인상 압력이 높지 않은데도 업체들이 탄핵 정국에 편승해 슬그머니 값을 올리려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5일 치킨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계 협회장 8명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

치킨 업계에서 가맹점이 가장 많은 BBQ치킨은 오는 20일부터 치킨 가격을 평균 9~10% 인상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교촌치킨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평균 1만원 후반대의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줄줄이 2만원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업체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8년 동안 가격을 유지해 온 데다 올겨울 AI 발생으로 육계 공급이 줄어들어 생닭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을 가격 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치킨 업계가 닭고기 생산업체와 공급 가격을 ㎏당 1600원 선으로 미리 정한 뒤 1년 또는 6개월간 같은 가격으로 공급을 받기 때문에 현재의 닭고기 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치킨 업체 스스로 치킨 소비자 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하는 상황이어서 닭고기 가격 등락이 전체 치킨 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는 육계는 8100만 마리로 추정된다. AI 방역과 병아리 입식 금지로 지난해 12월(8783만 마리)보다 8% 정도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닭고기 산지 가격은 74%나 상승했다. 정부는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생산업체들이 물량을 일부러 풀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의 ‘계란 파동’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13일 정부 비축 냉동 닭고기 2000t을 긴급 방출하고 민간에 비축된 1만 500t도 풀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계획이다. 또 다음달 초부터 브라질산 등 수입 닭고기에 붙이는 관세(18.0~22.6%)를 한시적으로 면제할 방침이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3-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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