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엿새 만에 72만8천대…최종 100만대 목표” 공개
삼성전자가 공식 발표한 갤럭시S8 시리즈 예약 판매량에 작지 않은 허수가 포함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된다.갤럭시S8 시리즈가 역대 최고 수준의 예약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상 첫 100만대 돌파는 상징적인 목표일 뿐 실제 예약을 거쳐 개통되는 기기 수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갤럭시S8 출시 기자회견에서 7∼12일 엿새 동안 국내 시장에서만 72만8천대의 갤럭시S8과 갤럭시S8플러스를 예약 판매했다고 밝혔다.
행사 진행을 맡은 삼성전자 한국총괄 마케팅팀 직원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이런 수치부터 밝히며 “놀랄만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오는 17일까지 예약 판매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전작 갤럭시S7 시리즈의 5배, 갤럭시노트7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삼성전자가 공식 석상에서 구체적인 예약 판매량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기대를 웃도는 시장 반응에 회사 관계자들이 잔뜩 고무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금 다른 얘기가 나왔다.
노충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삼성전자가 발표한 갤럭시S8 시리즈의 예약 판매량에 관해 “허수가 최소한 2배 이상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파는 게 그 정도가 아닌데) 도대체 그 많은 물량이 어디서 팔리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협회는 전국 1천여개 판매점으로 구성된 단체다. 국내 휴대전화 유통의 50% 가까이를 맡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삼성전자와 판매점 사이의 온도 차이는 중복 집계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휴대전화 유통점은 하나의 이동통신사 개통만 처리하는 대리점과 이동통신 3사 개통을 모두 처리하는 판매점으로 크게 나뉘는데, 이 비율이 50대 50 정도 된다.
그리고 통상 소상공인이 개별로 운영하는 판매점은 단말기를 예약 판매하면서 특정 이통사에서 개통하는 것이 아니라 이통 3사에서 모두 개통하는 것으로 가등록해두는 관행이 있다.
이는 각 이통사의 대형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공급받는 판매점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영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 번호이동을 할지 기기변경을 할지 끝까지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먼저 판매점에 요청하는 바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예약 판매로 일단 푸짐한 사은품을 챙기고, 출시 직후까지 변동하는 이통사 혜택을 보고 어디로 가입·개통할지 막판 결정할 수 있다. 일종의 ‘눈치싸움’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통 3사를 통해 주로 판매 현황을 취합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수많은 판매점에서 얼마나 많은 수치를 중복해 보고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없다.
한 휴대전화 집단상가 상우회장은 “제조사는 이통사에서, 이통사는 대리점에서 수치를 차례로 집계하는 방식으로는 최대 3배씩 허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상당수 물량이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예약 판매량 자체가 많아질수록 오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개통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주목할 만한 변수다.
보통 예약 가입자의 50%가량이 기기를 개통한다. 나머지는 예약을 취소해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은 예약 가입자의 70∼80%가 개통해 비교적 개통률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는 다른 이통사의 예약 판매량을 알 수 없다”며 “오로지 제조사만 이통 3사의 수치를 모두 알기 때문에 제조사가 몇 대라고 하면 누구도 반박하기 어렵다. 그들이 그렇다면 그냥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발표하는 수치의 최대 3분의 2 정도가 실제 예약 판매돼 그 중 최대 80% 정도가 개통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합리적”이라며 “100만대는 상징적인 수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