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64곳 1분기 실적 분석
국내 기업들이 연달아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쌍두마차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1분기 ‘연타석 홈런’(분기 최대 실적)을 쳐냈다. 디스플레이 강자인 LG디스플레이도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분기 기준)를 열었다.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역대 최대 이익인 52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1.2%로 백색가전의 ‘르네상스’ 시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비(非)전자업종으로 눈을 돌리면 전망이 밝은 업종이 많지 않다.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자동차 업종은 수난 시대를 맞았다. 성장세가 꺾일 줄 몰랐던 화장품 업계도 시련이 찾아왔다. 갈수록 실적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서울신문이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상장사 264곳의 1분기 실적(추정치 포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분기보다 크게 성장을 한 업종은 디스플레이·반도체·휴대전화와 관련 부품 업종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160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업종도 277.4%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화학, 조선, 건설 업종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특히 조선업종의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조선업 침체 등에도 5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6187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3%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29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17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반면 항공운수 부문은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38.7%)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 업종도 현대·기아차의 고전으로 맥을 못 추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6.8% 감소한 데 이어 기아차도 영업이익(3828억원)이 39.6% 줄었다. 화장품 업계 대표 주자인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10%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잠시 멈췄다.
① 업황 따라… 반도체 가격상승기 진입
실적 양극화를 부른 첫 번째 요인은 업황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전반적 가격 상승기에 진입했다.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제품을 사겠다는 곳은 많은데 만드는 제품은 제한돼 있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는 이 호황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2분기에는 수익성이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 중심으로 수요가 늘지 않아 판매 대수도 줄고 있다.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가 12.7% 감소했다. 한화테크윈, LIG넥스원 등 방위산업 업체도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황이 꺾이면서 하반기를 기대해야 되는 분위기다.
② 사업 포트폴리오가 성패 좌우
사업 포트폴리오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부의 적자에도 불구, 생활가전 사업부의 선전에 힘입어 2009년 2분기 이후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생활가전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분기 최고 성적이다.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한 덕분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정제마진 하락에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도 사업 다각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정유 사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화학, 윤활유 사업이 호실적을 내면서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③ 중국발 리스크에 한국차 판매 급감
중국발 리스크도 한몫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현지 사업 비중이 높은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차 불매 운동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 대수가 14.4% 줄었다. 기아차도 전년 대비 35.6% 감소했다. 과거 반일 감정이 고조됐을 때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겪은 고난을 한국차가 재현하는 분위기다. 회복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배터리 시장 확대에 차질을 빚은 삼성SDI도 흑자 전환(-673억원)에 실패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년 전부터 ‘저성장 저수익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진검승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4-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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