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유출 시 충격 커, 대비해야” vs “가능성 작아”…전망 갈려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가 같은 수준이 된다.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망대로 9월에 금리를 재차 올리고 한은은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 하반기에는 10년 만에 역전 구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1일, 미 금리 인상이 예견된 일인 데다가 세계 경제 여건을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대규모 이탈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다.
◇한-미 금리 같은 수준으로…하반기엔 역전
미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보고 있다.
미 정책금리가 현재 연 0.75∼1.0%에서 연 1.0∼1.25%로 올라가면 금리 상단이 한국은행 목표 금리(연 1.25%)와 같아진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단계적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하반기에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는 구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올렸고, 앞으로 2019년까지 연 세차례씩 총 8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이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하면 양국 금리는 역전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2007년 8월 이래 10년 만이다.
미 금리는 2005년 8월∼2007년 8월 한은 기준금리보다 0.25∼1.00% 포인트 높았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년에 걸쳐 금리를 4.25% 포인트(1.0%→5.25%)나 올렸다.
한은이 2007년 8월 5%로 올렸지만 미 연준이 그 해 9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예상 외로 큰 폭(0.5%포인트)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역전기간이 마무리됐다.
앞서 1999년 6월∼2001년 2월에도 미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다.
◇금융시장 외국인 자금 빠져나갈까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더 높아지면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 유출이다.
자본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금리가 같다면 신용도가 높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 자본이 갑자기 대규모로 빠져나가면 우리 경제가 충격을 받아 휘청일 수 있다.
다만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금리 인상이 워낙 예견된 일인 데다가 금리 말고도 여러가지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당장 우리 경제를 위협할만큼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당장 작년 말과 3월 미 금리 인상 때도 자금 이동에 큰 변화가 없었다.
또, 과거 금리 역전 시기에도 오히려 순유입추세가 유지됐다는 분석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3월 ‘인상 예고된 미국 금리, 자본유출보다는 시중금리 상승 압력’이라는 보고서에서 두 차례 역전 현상 때 직접투자, 증권투자, 기타투자(무역신용과 대출 등)를 합한 전체 자본 유출입에서는 순유입 추세가 유지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도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현재 금융·경제 상황에 비추어 보면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규모 자본유출에는 금리차보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국내 경제 취약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연준 금리 인상으로 자본이 큰 폭으로 유출된 사례는 2015∼2016년이 유일하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수석 연구위원은 “두가지 측면에서 자본 유출을 걱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금리가 미국 보다는 높지만, 신용등급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높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빠져 나가봐야 갈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대만은 이미 정책금리가 미국 보다 낮은 지 오래이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며 통화가치가 강하다 보니 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있고 해서 별 탈이 없다”며 “이런 현상을 ‘뉴 노말’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보다는 중앙은행 자산 축소 영향이 더 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실제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충격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에는 우리 환율이 안정돼있고 금리 인상 초기였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미 경기 과열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가 조금 우려되기 때문에 조심해서 보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가게 되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도 대부분 중단 사태라는 점에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통화스와프를 빨리 재개하겠다는 것을 보면 정부도 그 점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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